보험업계와 법인보험대리점(GA)업계가 보험 설계사 수수료 개편안 논의를 시작했다. GA업계는 수수료 개편안에 반발하고 있는 반면, 보험업계는 조심스럽게 찬성하는 분위기다. GA업계는 보험업계가 수수료 개편 반대에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특정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보이콧'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와 GA협회, 생명·손해보험사 6곳은 설계사 수수료 개편안에 대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TF에선 금융 당국이 제시한 수수료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조율하는 실무 논의가 진행된다.
앞서 금융 당국은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를 최대 7년까지 분할해 지급하는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설계사가 보험을 판매한 뒤 1~2년 사이에 수수료를 한꺼번에 받다 보니 이후부터는 계약을 장기 관리·유지할 이유가 없어져 문제라는 것이다.
또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를 고객에게 공개하는 방안 ▲GA 설계사에게 계약 체결 뒤 1년 동안 지급하는 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 ▲차익 거래 금지를 현행 1년에서 보험계약 전 기간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도 수수료 개편안에 담겼다.
GA업계는 특히 수수료 최대 7년 분할 지급과 수수료 정보 공개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 계약 후 5년 내 계약을 해지하는 비율이 50%가 넘어 수수료를 7년 동안 나눠 받으면 수익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수수료 공개 방안을 두고는 "도대체 어떤 업권이 원가를 공개하냐"며 날카로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GA업계는 생명·손해보험협회 등 보험업계가 금융 당국에 수수료 개편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적극 내주길 원하고 있다. 보험산업 전체가 반대 목소리를 내야 금융 당국이 한발 물러나 수수료 개편안을 재고할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전날 "GA 설계사 판매 수수료를 추가 조율하겠다"라고 밝혔다.
원만한 의견 조율이 되지 않으면 보험업계와 GA업계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GA업계 일각에선 벌써부터 특정 보험사 상품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GA업계의 보이콧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GA업계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보험대리점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자 한화생명 상품 판매 시책을 판매일로부터 1년 뒤에 지급하기로 했다. 시책을 1년 뒤에 지급하겠다는 건 사실상 설계사에게 상품을 판매하지 말라는 의미다. 결국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자율협약에 참여했다.
GA업계 관계자는 "보험산업 전체가 반대해도 금융 당국이 발표한 내용을 철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라며 "보이콧은 특정 보험사와 양대 협회가 보험산업에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니 금융 당국이 우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공조해달라는 취지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