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금융 당국이 금융 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를 속이는 수법의 '다크패턴(눈속임 상술)' 규제 마련에 나섰다. 일부 금융사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다크패턴 수법으로 금융 상품 가입을 유도하거나 상품 해지 절차를 복잡하게 하는 등 불건전 영업 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금융 상품 다크패턴 규제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금융권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하 금소재단)이 진행 중인 연구용역은 현재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크패턴은 기업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눈을 속여 불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다. 서비스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면 구독 지속 여부를 묻지 않고 자동 결제가 이뤄지거나, 서비스 취소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다크패턴이다.

오는 14일 다크패턴 행위를 금지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금융 상품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이 별도 규제 마련에 착수했다.

금소재단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융권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다크패턴이 발생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소비자가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입하는 과정에서 구독 등 기타 추가 서비스를 사전 선택된 채 제공하는 방식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해지하는 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별도의 해지 방법이 없어 고객센터를 통해 해지하도록 만드는 행위도 있다.

다크패턴 유형.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보험 상품의 경우 같은 연령대 가입자가 가입한 보험을 지속적으로 모바일 또는 컴퓨터 화면에 띄워 위기감을 강조해 가입을 유도하는 형태가 발견됐다. 금소재단은 상품 가입 유도를 위해 시간제한이나 다른 사용자의 활동을 알리는 행위도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다크패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예금 및 대출 상품의 경우 실질 이자율을 표기하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최대 금리만 표시한다거나, 이자 소득세 등 세금을 알리지 않는 등 불리한 정보를 숨기는 방식도 다크패턴이다. 금융회사 앱에 '자동 투자' 옵션이 활성화돼 있어 사용자가 이를 취소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일정 금액이 투자되는 방식도 있었다. 마이데이터서비스의 서비스 이름을 '숨은 내 돈 찾기' 등으로 바꿔 회원 유치를 하는 경우도 발견됐다.

금소재단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주로 대면 영업에서 발생하는 영업 행위를 규제하고 있어, 다크패턴과 같은 온라인 영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적용이 명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소재단은 금소법 개정으로 다크패턴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도 필요하면 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은 업계 의견과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다크패턴 규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규제 방식과 적용 범위를 확정하는 데 고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크패턴을 과도하게 규제해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제한하면 소비가 편익이 저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우선 가이드라인 수준의 규제를 마련하고 추후 법 개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