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의 모습.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오는 2분기부터 법인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실명 계좌) 발급을 허용한다. 그동안 금지돼 온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당장은 대학 등이 기부·후원 받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용도의 매도만 가능하다.

금융 당국은 하반기엔 일부 기관투자자에 한해 실명 계좌 발급을 시범 허용할 계획이다. 다만 일반 기업, 금융회사로 대상을 확대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를 개최하고 올해 2분기부터 대학, 주무기관의 관리·감독을 받는 지정기부금단체의 법인 실명 계좌 발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사고파는 '매매' 거래가 아닌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 현금화를 위한 '매도' 거래만 허용한다. 가상자산거래소도 수수료로 받은 가상자산을 매도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은행은 자금 세탁 위험 등을 우려한 금융 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법인 실명 계좌를 발급하지 않았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원화로 사고팔려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은행에서 거래와 연동되는 실명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금융 당국은 그동안 일부 정부 부처에 대해서만 공익적 목적에 한해 법인 계좌 개설을 허용했다. 검찰, 국세청, 관세청은 현재 몰수·추징한 가상자산 매도용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대학은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은 기부받은 6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현금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위원회 전경. /뉴스1

올해 하반기엔 실명 계좌 허용 대상이 기관투자자로 확대된다.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중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회사,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 3500개사가 대상이다. 금융위는 "전문투자자는 리스크와 변동성이 가장 큰 파생상품에 투자가 이미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재무 목적의 매매 실명 계좌를 시범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

실명 계좌 허용 대상 법인이 일반 기업, 금융회사로 확대되기까진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준비 중인 가상자산 2단계 입법과 회계·세제 등 관련 제도 정비가 완료되면, 이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가상자산 입법이 완벽하지 않아 일반 기업 확대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가상자산위는 1차 회의에서 금융회사는 가상자산 위험이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서두를 계획이다. 2단계 입법에는 가상자산 상장·공시 제도 및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가상자산)에 대한 별도 규율 체계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