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국내에서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사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후불결제를 이용하는 고객 특성상 일반 고객보다 연체율이 높은 편인데, 연체율이 높아지면 건전성을 지적받기 때문에 서비스를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BNPL(Buy Now Pay Later)이라고도 불리는 후불결제 서비스는 상품 구매 뒤 대금은 나중에 지불하는 일종의 신용 공여 서비스로 국내 핀테크사들이 제공하고 있다. 신용카드 없이 체크카드로 이용할 수 있고 이자나 수수료도 별도로 붙지 않는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3개 사의 후불결제 서비스 연체율은 낮아지고 있다. 후불결제 잔액이 가장 많은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2023년 1분기 2.73%에 달하는 연체율을 지난해 1.3~1.4%대까지 낮췄다.

토스도 마찬가지다. 2023년 2분기 기준 토스의 후불결제 서비스 연체율은 8% 가까이 치솟았으나, 지난해 1% 중반대를 사수했다. 3사 중 카카오페이는 2년 연속 유일하게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2.6%를 넘겼다. 연체율은 통상 결제일 기준 30일 이상 연체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문제는 핀테크사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 연체율을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3사는 채권을 강제로 상·매각해 연체율을 강제로 낮추고, 연체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리거나 이용자가 납부일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연체율 관리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연체율은 낮아졌으나, 결제 잔액은 성장하지 못했다. 토스의 경우 2023년과 비교해 지난해 결제 잔액이 오히려 줄었다.

그래픽=정서희

업계에서는 다른 금융 상품들처럼 연체자 정보를 공유하는 등 연체율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서비스 확장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후불결제 서비스의 주 이용자는 저신용자로, 이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면 연체율이 다시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기존 금융사들의 경우 서로 연체자 정보를 공유하면서 복수의 금융사에 연체자가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고, 연체율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핀테크사들의 후불결제 서비스 연체이력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허락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전자금융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도 후불결제 서비스 제공사들끼리의 연체자 정보 공유를 일부 허락했으나, 제공사들의 수가 너무 적어 실효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BNPL은 한도도 너무 적고 연체율 관리도 어려워 적극적으로 알리기 어려운 서비스다"라며 "연체율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도입되어야 사업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