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시세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은행 골드뱅킹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시중은행 골드뱅킹에는 새해가 된 뒤 한달만에 53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치솟은 것이 배경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3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은행)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1월 말 기준 835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엔 7822억원 수준이었는데, 한 달 만에 531억원의 시중 자금이 골드뱅킹으로 쏠린 것이다.
골드뱅킹은 은행 예금처럼 금에 투자하는 '금 통장'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3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직접 고객들이 금을 직접 사지 않아도 은행이 시세대로 금을 구매해 계좌에 적립하면서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금을 보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지난해 금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골드뱅킹 잔액도 계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024년 1월 말에는 5668억원 수준이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47%나 증가했다. 골드뱅킹 계좌 수도 1년 새 2만좌가 넘는 상승폭을 기록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값은 2월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맞대응에 나서기로 하면서 미국 현지 시각으로 4일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2845.14달러까지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금 선물 가격도 올랐는데,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2875.8달러로 전장보다 0.7% 상승했다.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도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오전 9시 55분 기준 금은 g당 전 거래일(14만7820원) 대비 1.47% 오른 15만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 금 현물 1g당 가격은 14만7820원으로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꾸준히 오른 금값이 더 오르는 이유는 최근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상승 흐름을 탔던 금값은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로 더 크게 올랐다. 그러면서 한때 10만9000달러를 돌파했던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의 가격도 9만6000달러 선까지 급락하는 등 다른 자산에 대한 불안전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트럼프발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될수록 금 매입 움직임은 커질 수 있지만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은행 골드뱅킹에 투자하는 것은 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금 상승장에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