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부동산 경기 한파로 서울 공매 시장의 낙찰가율이 지난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경색되면서 토지와 산업용 건물 등 비주거용 건물의 공매 인기가 급락한 게 영향을 미쳤다.

4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압류재산 공매낙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지역의 낙찰가율은 57.4%로 2023년 4분기 80.17%와 비교해 22.77%포인트 떨어졌다. 2023년까지 80% 이상의 낙찰가율을 보이던 서울 지역 낙찰가율이 지난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4분기 서울의 낙찰가율은 85.09%로, 2023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상승 전환한 서울의 주택 가격 동향과 상반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08%로 하락세가 2년째 지속됐던 2023년 12월(-0.07%)과 달리 상승 전환했다.

이전까지 공매와 주택 가격의 흐름은 비슷했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직후인 2021년 12월 서울의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26% 상승했고 다음 해인 2022년 하락장으로 전환하면서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지수 역시 -1.96% 급락했다.

서울의 주택 가격이 상승 전환했음에도 공매 시장의 인기가 급락한 배경은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불황과 연관이 있다. 과거 서울 시장은 큰 틀에서 전국 추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전국 12월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각각 ▲2021년 0.29% ▲2022년 -1.98% ▲2023년 -0.10%로 서울보다 등락폭이 컸지만 흐름은 같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전국 매매가격지수는 -0.07%로 전년과 비슷한 하락장이 지속됐다. 서울 주택과 그 외 지역 주택 가격의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다.

지난해 서울의 공매 낙찰가율 급락은 토지와 산업용·용도복합용건물 등 비주거용 건물 때문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서울의 비주거용건물 평균 낙찰가율은 40.96%로 전년 동기(80.12%)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토지 역시 지난해 평균 낙찰가율 48.34%로 전년 같은 기간(84.19%) 대비 급락했다. 산업용·용도복합용건물도 지난해 평균 낙찰가율 60.08%로 전년 동기(75.05%) 대비 하락했다. 반면 주거용 건물은 지난해 76.27%로 전년 같은 기간(78.55%)과 비슷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모습. /뉴스1

전국적으로도 공매 시장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지난해 4분기 낙찰가율은 61.59%로 1년 전인 2023년 4분기(67.05%) 대비 5.46%포인트 떨어졌다. 시장 상황이 좋았던 2021년 4분기 평균 낙찰가율(82.86%)과 비교하면 21.27%포인트 급락한 수준이다.

또 경기 침체로 공매 시장에 나온 물건은 더 늘었지만 업황이 악화하면서 입찰 참가자는 더 줄었다. 지난해 4분기 공매 입찰건수는 5600건으로 전년 5107건 대비 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입찰 참가자는 지난해 3182명으로 전년 3400명에 비해 6.4% 줄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토지나 산업용 건물 등은 부동산 PF 시행을 하다가 공매로 넘어온 물건들이어서 덩치가 큰데 최근 업황이 악화하면서 공매로 넘어온 물건이 많아진 데 비해 받아줄 수요자는 없어 인기가 떨어진 것"이라면서 "게다가 절차가 타 경매 대비 까다로운 캠코 압류재산 공매 특성상 투자 경험이 많은 투자자가 경매에 참여하는데,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까지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시장이 경색되자 이들조차도 공매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추세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