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관세 전쟁' 우려로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암호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강제 청산이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과도한 하락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이 되기엔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3일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최근 24시간 동안 74만2778명이 가상자산 파생시장에서 22억6000만달러(약 3조3100억원)를 청산당했다. 이는 24시간 기준 최대 청산이었던 FTX(약 16억달러) 사태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가상자산 가격이 오를 것에 베팅한 '롱포지션' 청산 규모는 18억9000만달러(2조7700억원),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숏포지션' 청산 규모는 3억7500만달러(5400억원)다. 가상자산별로 보면, 비트코인 청산 규모가 869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더리움은 712만달러, 도지코인은 254만달러, 리플은 198만달러였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가격이 예상한 것과 반대로 움직여 손실이 발생하고 증거금을 충당하지 못하면 강제 청산된다.
청산 규모가 역대 최대로 커진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촉발된 관세 전쟁 우려 때문이다. 관세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금리 인하가 더 어려워진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했다. 가상자산 친화적인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레버리지 투자를 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본 것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31일 오전 10만5000달러 수준에서 이날 한때 9만2000달러까지 급락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이더리움은 하루 만에 16%, 리플은 17%, 비앤비(BNB)는 11.7% 각각 급락했다.
시장에선 과도한 하락이라고 보고 있다. 유동성이 급격하게 줄지 않는 이상 단기 조정을 거쳐 반등하는 사례도 빈번했기에 FTX 사태처럼 본격적인 하락장의 시작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민교 프레스토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미국 정부가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상황이라 펀더멘털리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과도한 하락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