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받은 세뱃돈을 부모에게 맡기는 일도 옛말이 됐다. 10대들이 '내 계좌'에 세뱃돈이나 용돈을 넣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잘파(알파+Z)세대'와 접점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1990년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초반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를 뜻하는 잘파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금융에 친숙한 경우가 많아 이들을 충성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7일 비대면 '아이 계좌 개설 및 용돈 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용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 명의의 우리은행 계좌를 만들어 이 계좌에 용돈을 넣어주면 아이들은 이를 토스 앱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이 서비스를 통해 부모세대 고객도 잡고, 미성년자 자녀 고객도 늘리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는 미성년자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려면 가족관계증명서 등 여러 서류를 은행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 제출해야 했는데, 우리은행은 이번 상품 출시를 계기로 고객들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KB스타뱅킹 내 만 14~18세 전용 서비스인 'KB스타틴즈'를 출시했다. 은행 방문 없이 휴대전화 본인인증만으로 회원 가입을 할 수 있고, 청소년 전용 선불지갑인 '포켓'을 만들 수 있다. 청소년 고객은 선불지갑인 포켓을 통해 수수료없이 송금하거나 입금할 수 있다. 친구끼리 돈을 주고받기도 하고 계좌이체로 물건을 살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편의점·올리브영·다이소에서 5%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포켓 전용 카드도 선보였다. KB스타틴즈의 페이 기능을 이용해 포켓 전용 카드 실물을 소지하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KB스타틴즈에 한국사 매일 퀴즈, 오늘의 한 줄 등 교육, 생활 분야 콘텐츠를 넣었다.
하나은행도 알파세대를 위한 체험형 금융플랫폼 '아이부자' 앱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앱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각자의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해 모바일을 통해 용돈을 주고받는 것이 특징이다. 자녀 고객이 재학 중인 학교의 급식표, 시간표 등을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신한 리틀 케어' 플랫폼을 선보였다. ▲태아 미리 등록 서비스 ▲미성년자 미리 작성 서비스 ▲우리아이 맞춤 상품 보기 ▲아이·청소년 행복 바우처 ▲증여 관련 서비스 ▲신한 밈 카드 발급 등 미성년 고객의 금융 편의성을 높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생 전부터 청소년기까지 자녀들의 금융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이 이렇게 잘파세대를 위한 상품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10대 청소년들이 주체적 금융 소비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발표한 한국 청소년의 라이프스타일 보고서 '틴즈 다이어리(Teens Diary)'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의 91.4%는 용돈을 본인 명의의 계좌나 카드(선불카드)로 받았다. 현금으로 받는 청소년은 6.8%, 엄카를 사용하는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용돈 대목'인 명절에도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81.8%에 이른다.
요즘 청소년은 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더치페이'를 선호하기도 한다. 응답자의 76.2%는 친구들과 밥값을 계산할 때 금액과 관계없이 더치페이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성 친구와의 데이트에서도 비용 부담은 '반반'을 선호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0대는 결국 금융사의 미래 고객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자사의 금융 서비스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릴 때부터 이용한 경험이 있으면 해당 금융사의 서비스를 계속해서 이용하는,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