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은행 기업대출 상담창구. /연합뉴스

최근 은행들이 '기업금융'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 당국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침체로 부실 자산 리스크까지 커지고 있어 연초 우량 고객 관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 정기 인사를 통해 SME(기업금융) 지점장을 확대 배치했다. SME지점장은 소속 영업점의 기업금융 성과와 마케팅, 고객 관리를 총괄하는 자리로, 전국에 1명 있던 자리다. 승진 12명, 전보 3명 등의 이번 인사로 SME지점장은 전국에 총 15명이 됐다. SME지점장은 전국 기업금융 성장 지역과 국가주도 산업단지 등에서 근무하게 된다.

KB국민은행은 최근 기업 금융에서 입지가 경쟁사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은행은 리딩뱅크 자리 탈환을 위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도 초점을 맞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하나은행도 기업금융에 힘을 쏟고 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취임 후 핵심 기업체 방문 일정을 소화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업 하이챗봇'을 오픈했고, 소호사업부를 신설해 소상공인 특화 대출에도 나섰다.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함께 중소·중견 수출기업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2차 수출 패키지 우대 금융'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업금융 부문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우선 이달부터 수출입기업을 대상으로 총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다. 수출입기업에 '경영안정 특별지원'으로 회사당 최대 5억원까지 유동성을 공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NH농협은행은 영업점 방문 없이 기업대출을 신청하고 상담할 수 있는 비대면 기업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농협은행 거래이력이 없는 기업고객도 별도의 계좌개설이나 회원가입 없이 모바일 웹사이트를 통해 간편하게 대출 상담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의 현금인출기. /뉴스1

시중은행이 기업대출을 늘리는 내용의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이유는 올해도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특히 올해 7월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될 예정이다. 가계대출 영업을 보수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대출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대출을 통해 우량자산을 늘려두는 것이 앞으로 이자이익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성장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은행이 올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대출에 힘을 쓸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기업대출은 기업뿐 아니라 직원들의 급여 이체로 인한 예금 확대, 퇴직연금, 개인 대출 등 부수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큰데, 이런 부분의 수익성이 크기 때문에 은행들이 늘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격적으로 기업금융 크기를 늘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은행들이 수익성 측면을 더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RWA를 적게 반영하는데 비해 기업대출은 담보, 업종, 규모, 변동성 등을 반영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가중자산(RWA)이 반영된다. 올해 금융지주들의 최우선 과제인 밸류업을 위해 높은 RWA를 수반하는 기업금융도 건전성이 담보된 범위 내에서 적정 성장하려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을 늘려야 하는 부분은 맞지만 은행들이 볼륨보다는 건전성이 확실하고 수익성이 높은 부분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에 기업금융이 활발한 지역 위주로 인력도 배치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대출이 늘어나면 수익과 RWA가 모두 늘어날 텐데, 올해는 밸류업을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덤핑 경쟁 등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