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행한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TRUMP)'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며칠 전부터 투자자들 사이에 높은 관심을 끈 가상자산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밈코인(단순한 재미를 위해 발행되는 가상자산) '오피셜 트럼프'죠. 오피셜 트럼프는 시장에 풀리자마자 1만8000%넘게 급등하면서 단숨에 시가총액 20위권으로 진입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단숨에 인기를 모은 이 코인을 상장하기 위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움직였는데요, 가장 먼저 코인원이 지난 20일 상장한 데 이어 21일 저녁 빗썸도 거래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코인의 상장 효과로 국내 점유율이 5%도 안되던 코인원은 20일 하루 최근 한 달 새 가장 높은 거래량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코인원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섰습니다. 빗썸도 조만간 점검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점검은 밈코인을 졸속 심사하고 상장한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제재를 하기 위한 점검이 아닌, 지난해 금감원이 만든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 사례를 잘 따르고 있는지에 대한 정례 점검이었습니다. 빗썸에 대한 점검도 트럼프 코인과는 별개로 예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일정이라고 합니다. 코인원이 졸속으로 심사를 마쳤다거나 금감원이 이를 확인하고 코인원에 대한 제재를 위해 조사했다는 일부 보도와는 달랐습니다.

다만 금감원 입장에서 트럼프 코인을 빠르게 상장시킨 건 좋게 보기 어렵죠. 여러 논란이 있는 가상자산이자 변동성이 큰 밈코인 특성상 국내 투자자들이 크게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내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금감원으로서는 굉장히 불편한 상황일 겁니다.

트럼프 코인은 사실 미국 내에서, 그리고 전 세계 가상자산업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밈코인은 뚜렷한 목적이 없으며 공급량은 무제한이고 단순히 투기적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을 땄으며 유일한 공식 코인이라고 발표하고 홍보에 나섰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난 19일(현지시각) 오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딴 밈 코인 '멜라니아 밈' 출시 소식을 알렸다. /멜라니아 여사 X

오피셜 트럼프의 흥행에 힘입어 멜라니아 여사의 밈코인 '오피셜 멜라니아'도 나오자,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투자가 트럼프 일가의 자산 불리기만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의 아들인 배런 트럼프의 이름을 딴 '오피셜 배런 밈'이라는 이름의 코인도 등장했는데, 단순한 모방 코인으로 밝혀져 90% 이상 폭락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트럼프 밈코인을 필두로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는 밈코인들의 인기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러나 이런 논란과 위험성이 있다고 해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상장시킨 거래소를 제재할 이유나 법적 조항은 없습니다. 금감원은 투자자들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또 거래소가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자산을 상장하는 건 이해하지만 변동성이 가장 높은 시점에서 긴급하게 상장을 준비한 건에 대해 거래소들에 주의를 주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밈코인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투자자가 스스로 주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양질의 코인의 가격이 오르고 거래소들이 이런 코인들에 대한 거래를 지원해야 하는데 단기 이익을 위해 밈코인을 상장하는 최근 사태는 유감이다"라며 "투자자들은 밈코인이 어떠한 실체도 목적도 없음을 반드시 숙지하고 언제라도 급락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