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 가산 금리에 대해 정부도 그렇고, 정치권도 그렇고 강하게 개입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은행장을 소집한 점을 언급하며 '정치권의 은행 가산 금리 가격 개입이 정당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국내 6대 시중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을 소집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애초 이 자리에서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은행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은행권의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었다.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 가산금리에 보험료, 출연금 등의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과도한 시장 개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무언가를 강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고 "서민들의 희망이 돼달라"고만 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께서 은행장들과 회의를 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언론, 정치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결과를 파악해보니 은행권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며 "다만 (한국은행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은행 대출금리 인하 속도, 폭에 충분히 반영이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을 은행들이 이제는 반영을 해야할 시기"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가계부채 관리 계획에 대해선 "현재의 스탠스(입장)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율은 경상성장률 내에서 관리하고, 상환 능력에 맞춰 갚는 대출 관행을 정착해나가겠다"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7월 예정대로 시행하되, 세부적인 스트레스 금리(가산 금리) 수준은 늦어도 4~5월 중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현재 적용 중인 2단계 DSR에선 스트레스 금리가 수도권 1.2%포인트, 지방 0.75%포인트로 차등적용되고 있다. 3단계 DSR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 1.5%포인트로 동일한 가산 금리를 적용한다는 것이 당초 계획이나, 지역 경기 침체로 인해 가산 금리를 수도권만 상향하는 식의 미세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역 경기 회복을 위해 지방은행에 더 많은 가계대출 한도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방은행의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탄력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가 3.8%인데 지방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보다 더 높아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정책대출 공급 규모와 관련해선 "국토교통부와 최종 협의 중이다"라고 했다. 정책대출 공급 규모와 관련해 국토부와 금융 당국 간 이견은 큰 상황이다. 국토부는 지난해(55조원) 수준으로 정책대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공급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전체적인 가계부채 증가세를 타이트하게 관리해야하는 상황이 왔을 때 정책대출도 그 속도에 맞춰 같이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정책대출의 쏠림을 경계하며 은행 수익성·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메시지를 낸 것과 관련해선 "전체적으로 정책대출도 관리의 대상으로 같이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말로 이해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업비트 제재 논의 관련해선 "업비트 이용자들이 영향을 받거나 불안해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앞서 FIU는 전날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어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의 고객확인제도 위반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 불이행 혐의를 심의했다. 구체적인 제재 결과는 다음 달 이후에 나올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 당국의 가상자산 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도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기존 공약 등에 비춰봤을 때 기존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가상자산 정책을 운영함에 있어서 육성과 투자자 보호 부분에서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물론 다른 국가들의 (가상자산)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으므로 국제동향에 따라 보폭을 조금 더 빠르게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