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전경

금융감독원이 240억원 규모의 불법 대출 사고가 터진 IBK기업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이번 주 종료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3일 착수했던 기업은행 현장검사를 설 연휴 전 마무리한다. 애초 일주일로 예상했던 현장검사 기간은 3주로 연장됐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불법 대출) 건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늘었고, 전·현직 관계자가 다수 연루돼 사고의 성격도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검사가 길어졌다"고 했다.

기업은행은 자체 감사 중 서울 강동·성북구 소재 지점 및 여신센터에서 부동산 담보 가치를 부풀려 더 많은 대출을 승인한 것을 파악하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기업은행 보고 당시 예상 사고 금액은 100억원대였으나,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불법 대출 건이 적발돼 사고액이 240억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부동산 담보 가치를 부풀려 과다 대출을 내준 금융 사고는 지난해부터 빈도 높게 적발됐다. 예컨대 실제 가치는 50억원이지만 부동산 감정 평가 과정에서 이를 100억원으로 산정해 50억원 이상의 대출을 내주는 방식으로 '대출 부풀리기'를 하는 것이다. 사고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은행 직원이 위조·조작된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심사 소홀'로 인한 것과, 은행 직원이 대출자와 '공모'한 경우다.

이번 불법 대출 사고는 후자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출자는 부동산 시행업에 종사 중인 기업은행 퇴직 직원으로, 대출을 내준 지점장 3명·여신센터장 1명과 입사 동기 사이다. 금감원은 퇴직 직원이 현직 임직원에게 골프 등 향응을 베풀었다는 제보가 있어 이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현직 직원이 연루됐다는 점이 이번 사고의 큰 골격"이라며 "불법 대출 과정에서 파생된 사고의 유형이 있는지 보고 있다"고 했다.

은행 임직원이 담보에 대한 대출한도액을 초과하거나, 담보로 할 수 없는 물건을 담보로 대출하는 행위는 업무상 배임이다. 불법 대출을 내주는 대가로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했다면 수재(收財)에 해당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수재 등의 죄)에 따르면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 요구, 약속하는 행위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관건은 제재 수위다. 올해부터 금융 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책무구조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책무구조도 시행 이전 발생한 사고는 제재 대상이 아니나, 이후 실행된 대출 중 불법 대출과 연관된 건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사 착수 전 기업은행 조사 단계에서 실행 예정이었던 대출 등이 중단됐을 가능성이 커 올해 사고액으로 집계되는 대출이 있을 확률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