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위 카드사가 애플페이 도입을 본격화 하면서 '결제 생태계'에 적잖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그간 높은 수수료 때문에 도입을 주저하던 카드사들이 태도를 바꾼데에는 2030 고객과 해외 결제액 규모 등이 영향을 미쳤다.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애플페이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다만 애플페이 영역 확장이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등 변화도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유료화를 검토하면서 카드사들의 수수표 부담이 늘 수도 있다. 이에 카드사들이 늘어난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와 독점 제휴하며 지난 2023년 3월 애플페이가 국내에 처음으로 상륙했다. / 뉴스1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내달부터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대카드가 지난 2023년 첫 도입한데 이어 두 번째다. 신한카드에 이어 KB국민카드 역시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신한카드가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하면 애플페이 NFC 기반 결제 인프라가 대거 확장돼 서비스 자체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국민카드까지 합세하면 애플페이 인프라 확충은 시간 문제라는 예상이다.

카드사들이 지난 1년 동안 머뭇거리던 애플페이 도입에 나선 것은 중장기적인 전략 때문이다. 해외결제 시장에서의 애플페이의 활용도와 2030세대에서 애플페이 니즈가 높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지난해 11월 기준 누적 해외 개인 신용판매액(3조418억원) 기준 1위로 올라섰다. 신판액은 신용카드로 일시불·할부·현금서비스를 이용한 금액이어서 시장 점유율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신한카드(2조761억원)와는 1조원 가까이 차이 난다.

신한카드의 경우 해외여행 특화카드 신한카드 '쏠(SOL)트래블 카드' 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애플페이 연동으로 해외결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수수료다. 현재 애플은 현대카드에 결제 건당 0.15%의 수수료율을 매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는 중국(0.03%)과 비교했을 때 약 5배 높은 수준이다. 이미 현대카드가 높은 수수료를 내고 있는 만큼 신한카드 역시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그간 무료로 제공하던 삼성페이 수수료 부과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드사의 부담은 배가 될 전망이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할 때에도 삼성페이 수수료에 대한 논의가 불거졌었다. 당시에는 삼성전자가 카드사 생태계를 위해 무료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일단락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업계 1, 2위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함에 따라 삼성페이 수수료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수수료 정책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애플페이와 동일한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면 연간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 부담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카드사들의 수수료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가맹점 수수료율 하락 등 수익성 하락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고객 혜택이 큰 이른바 '혜자 카드' 단종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강점 중 하나로 꼽혀온 만큼 애플페이 확장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면서 "애플페이가 영역 확장을 하게 되면 그간 수수료 없이 제공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수수료율을 얼마나 책정할 지가 관건"라면서도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해야 하는 카드사들도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애플페이 도입은 결제 편의성이나 젊은 고객 유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수수료로 인해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게 돼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결과적으로는 수수료 부담이 카드사 수익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