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세텍(SETEC) 전시장에 마련된 우수중소기업 및 농특산물 선물 박람회 행사장이 한산하다. /뉴스1

내수 부진과 불황이 길어지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은행 연체율에서 이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중소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치솟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대기업대출의 연체율은 0.04%로 1년 전 0.19%와 비교해 0.15%포인트 하락했는데,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로 0.15%포인트 상승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 역시 0.65%로 1년 전보다 0.14%포인트 올랐다.

사정이 안 좋은 취약 자영업자들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다중채무자)의 대출 연체율은 11.55%로 치솟았다. 2013년 3분기(12.02%) 이후 최고치로, 역대 최고치(2012년 3분기 13.98%)에 근접한 수치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312만6000명) 중 취약 차주(돈 빌린 사람)가 차지하는 비중은 13.4%로 10명 중 1명 이상인 꼴이다.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대출 주체 중에서 신용위험지수가 가장 높은 곳도 중소기업이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를 39로 봤는데, 2022년 4분기 39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취약 업종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이 많이 늘어난 결과다.

대출이 손쉬운 인터넷은행 연체율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인터넷은행 3사의 개인사업자 대출 신규연체 금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186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618억원보다 약 1248억원 늘어났다. 1년 새 3배 증가한 셈이다.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도 30%에 달한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29.7%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12월 11.7%에 불과했던 연체율이 급증한 것이다.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 모습. /뉴스1

문제는 올해도 국내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태도는 마이너스(-)3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출수요는 31로 전 분기(8)보다 크게 높아졌다. 신용위험이 커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은행이 더 깐깐하게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권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실제로 중소기업 여신을 줄이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해 12월 대출 잔액(662조2290억원)은 전월보다 3조7318억원 감소했다. 2023년 1월(926억원 감소) 이후 약 2년 만의 순감소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어 기업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이라며 "기업대출은 우량업체 위주로 넓히는 것이 최근의 금융권 경향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