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전경. /동양생명 제공

동양생명이 생명보험사 중 단기납 종신보험을 가장 많이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7년납 판매 규모를 줄였지만, 연초부터 5년납을 재출시하며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매각을 앞두고 단기 수익성 제고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5년 또는 7년 동안 보험료를 내고, 가입 후 10년째에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120%를 해약환급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보험료를 5년 동안 내면 5년납, 7년 동안 내면 7년납이라고 통칭한다.

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동양생명의 종신보험 신계약은 91만826건으로 생명보험사 중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2위는 한화생명(88만9561건), 3위는 삼성생명(72만8407건), 4위는 교보생명(43만401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만 놓고 봐도 동양생명이 판매한 종신보험은 35만2099건으로, 한화생명(32만9044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종신보험 전체 신계약(186만3521건)의 약 19% 수준이다. 동양생명의 종신보험 판매량은 2022년까지 17만~18만건 정도였다. 이듬해부터 단기납 종신보험 열풍이 불자 판매 규모를 2배 가까이 확대한 것이다.

앞서 동양생명은 7년납의 환급률을 124%에서 118%로 인하하며 판매 규모를 줄였다. 금융 당국이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에서 단기납 종신보험의 10차 연도 해지율을 30%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상품의 수익성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이은현

동양생명은 7년납을 줄이는 대신 이달 5년납 상품(환급률 124%)을 재출시했다. 5년납이 7년납보다 단기 수익성 향상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년납은 보험료를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어 투자운용 기회가 많아지고 사업비도 단기간에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보험료 납입 완료 후(5년 후)에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장기간 안정성 측면에선 7년납이 유리하다.

일각에선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적 해지율을 적용하면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줄어들기 때문에 단기간에 CSM을 끌어올려 줄 5년납을 출시했다는 것이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11월 기업설명회(IR)에서 금융 당국이 제시한 원칙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적 가정을 반영하면 동양생명의 CSM은 약 4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지율 가정 때문에) CSM이 줄어들면 다른 판매 루트를 통해 CSM을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라며 "수요 측면에선 5년납이 보험료 지출 부담이 적어 7년납보다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동양생명의 2024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6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했다. 이 중 보험손익은 23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2%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