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 IC 구간. /뉴스1

올해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이 손익분기점 안팎으로 집계되면서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두고 보험사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보험료 인상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의 올해 1~11월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2.5%로 지난해(79.3%)보다 3.2%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차량 통행량이 많아진 데다 홍수·폭설 등 기후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탓이다.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은 손해율 78~82% 수준이다. 손해율에 사업비율을 합한 '합산비율'이 100%를 넘기면 보험사는 손해를 본다. 보험업계 전체로 놓고 보면 적자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고, 흑자가 났다고 판단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특히 보험사에 따라 손해율이 2%포인트 이상 차이나 한목소리로 보험료 인상을 강력히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4대 손해보험사의 1~11월 누적 손해율을 보면, 현대해상이 83.5%로 가장 높았고 DB손해보험이 81.2%로 가장 낮았다. 삼성화재는 82.2%, KB손해보험은 82.9%로 집계됐다.

자동차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수에 편입돼 인상·인하 여부는 암묵적·비공식적으로 보험사와 금융 당국이 논의해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 입장을 대변하는 금융 당국은 보험료 인상에 난색을 표할 수 있다. 내년부터 가입자가 1000만명에 육박하는 3세대 실손보험료가 평균 30% 인상된다는 점도 자동차보험료 인상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선DB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2년 동안 상생금융으로 세 차례 연속 보험료를 1~2% 인하하면서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정비수가도 인상된 상황이라 보험료 인상도 필요하다는 취지다.

보험업계에선 12월 손해율에 따라 인상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손해율이 진정되면 보험료가 인상돼도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손해율이 치솟으면 보험사들도 보험료 인상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보험료 인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도 내년 초 시작될 전망이다.

보험업계에선 자동차보험료 인상 여부와 탄핵 정국은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껏 보험료 인상 여부는 그해 손해율이 집계되고 이듬해 결정됐다. 다만 최근 2년은 자동차보험이 확실하게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보험료 인하 결정이 수월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손해율만 놓고 보면 회사별로 2%포인트 이상 차이 난다"라며 "손해율이 애매해 보험료 인상 여부를 현재로선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12월 손해율이 치솟은 회사가 어디인지를 봐야 할 것이다"라며 "논의가 지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