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원들이 시중은행에 비해 임금차별을 받고 있다며 총파업에 돌입하자 고객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일부 지점에서는 고객들에게 비대면 업무를 추천하기도 하는 등 안내를 하고 있지만 전체 임직원의 60%가량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전국 모든 지점에서 업무 차질이 생기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기업은행 지점 문 앞에는 '고객 여러분께 알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안내문엔 "12월 27일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의 파업이 예정돼 있다"며 "이날은 은행 업무처리 시간이 지연되거나 일부 업무가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때 "눈이 잘 안 보인다"며 지로용지를 은행에 가져온 한 노인이 번호표를 뽑으려 하자 청원경찰은 "ATM기에서 업무를 보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 지점엔 총 3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었는데, 각자 한 명씩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다. 은행 내부의 대기 안내판과 창구 옆에도 파업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이미 은행과 노조 모두 총파업 당일의 인력 공백을 예상했다. 노조는 총파업 시 고객 불편을 고려해 각 은행 점포에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안내문을 발송·부착할 것이라고 밝혔고, 사측도 지난주 사내 인트라넷에 '총파업 당일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한 비조합원의 연차 사용 자제 요청'을 공지했다. 이날 기업은행 고객센터 전화 연결음에도 '금일 기업은행 총파업으로 직원 연결이 지연되거나 일부 상담이 제한될 수 있다'는 공지가 나왔다.
IBK기업은행 임단투(임금·단체협약에 관한 투쟁) 비대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을지로 본점 앞에서 사상 첫 단독 총파업에 돌입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이날 파업에는 조합원 4200여명이 참여했다. 전체 노조원 8295명 중 약 50% 수준이다. 집회는 본대회에 이어 광화문 금융위원회를 향한 거리행진을 끝으로 마무리한다.
영하의 날씨에도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노조원 A씨는 "날이 너무 추워 핫팩과 내복 등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며 "연말에도 제대로 된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답답해 직접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에 '차별 임금'과 '체불 임금'을 해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같은 노동을 제공하는 시중은행 직원보다 30% 적은 수준의 임금을 주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은행별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기업은행의 임직원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8528만원이었는데,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평균 1억1350만원이었다. 약 24.9%가량 적은 수준이다.
또 노조는 정부의 총인건비 제한 탓에 1인당 약 600만원에 이르는 시간외근무 수당은 아예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 기재부가 1조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지만, 직원들에게 지급된 특별성과급은 0원에 불과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기업은행 노조 측은 이외에도 ▲기본급 250% 특별성과급 지급 ▲우리사주 금액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형선 기업은행 지부 위원장(금융노조 위원장 겸직)은 "특별 성과급과 보상휴가, 우리 사주 모두 정부가 주체다"라며 "특히 대통령 내란 사태로 권력 교체기에 진입하면서 정부 측 인사들이 모두 사라져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과 9월부터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결렬됐다. 지난 12일 노조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합원 88%가 참여하고, 그중 95%인 6241명이 찬성하면서 파업이 통과됐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고용 안정성이 높고 안정적인 급여를 받는 기업은행 노조원들의 파업에 명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지원 등에 특화된 국책은행이 파업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다. 정부도 공공기관 임금체계에서 기업은행만 이들이 요구하는 임금 수준만큼의 예외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지부 위원장은 "지점을 이용하는 시민의 불편이 있겠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정부와 은행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2·3차 총파업을 통해 은행업무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