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로 전달되는 시차와 경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가운데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빠르게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한참 뒤 찔끔 내린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2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기준금리 인하 전후 은행의 여·수신 금리 변동 추이를 상세 모니터링하며 내년 점검 계획을 수립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금리만 늦게 내리고 있다는 것이 차주(돈 빌린 사람)들의 불만인데, 왜 시차가 벌어지는지 등을 분석하고 은행의 대출금리 조정 속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권은 한은이 지난 10·11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내린 후 일제히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0.05∼0.4%포인트씩 낮췄다. 이 때문에 정기예금 금리는 연 3%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반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끌어 올린 대출금리는 그대로인 상황이다. 은행 '이자 장사'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5대 은행의 지난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대출에서 예금금리를 뺀 값)는 평균 1.05%포인트로 지난 8월(0.58%포인트), 9월(0.74%포인트)에 이어 3개월 연속 확대됐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 은행 수익은 늘어난다.
금감원은 모니터링 결과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 11월 말부터 하락세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11월 말을 기점으로 신규 가계 대출금리는 차츰 하락하는 추세다"라며 "잔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통상 예금금리에 먼저 반영된 후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 예금금리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의 영향을 즉각 받는다. 반면 대출금리, 예컨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 조달 지수) 금리는 주요 은행들이 '전월' 취급한 수신상품 신규 취급액과 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하기 때문에 시차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고려해도 대출금리 조정 속도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은 거듭 제기되고 있다. 금리 상승기 대출금리가 오르는 속도와 금리 인하기에 내리는 속도가 비례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금리 산정 체계 정비 방안을 논의하고 '가산금리' 공시를 추진했으나, 은행권의 강한 반대로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은행은 가산금리 공개는 사실상 원가 공개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산금리 공개 논의는 정치권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가산금리 세부 내역을 공개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우선순위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