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왼쪽) KB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각 사 제공

미국 4대 자산운용사 ‘더캐피탈그룹컴퍼니즈’가 KB금융(105560)지주와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지분을 계속 늘려 2대 주주에 올랐다. 국내 금융지주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외국계 운영사에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캐피탈그룹이 운용하는 펀드들은 최근 KB금융 지분을 7.07%까지 늘려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캐피탈그룹의 KB금융 지분율은 지난 10월 말 4.88%에서 11월 말 7.07%까지 증가했다. 캐피탈그룹은 지난 10월 24일부터 KB금융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KB금융의 1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지분율은 8.21%다.

KB금융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외국계 대형 자산운용사를 주요 투자자로 유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최근 밸류업지수에도 신규 편입되기도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캐피탈그룹이 지분율을 확대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서는 등 시장의 호평이 이어져 이번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특별 변경에 포함됐다”고 했다.

캐피탈그룹은 하나금융 지분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캐피탈그룹은 지난달 두 번에 걸쳐 하나금융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5.44%에서 5.83%까지 끌어올렸다.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에 하나금융 주가가 급등한 이후 횡보하는 상황에서 추가 지분 매입이 진행됐다. 캐피탈그룹은 지난해 3월 하나금융 지분 5%를 획득하면서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연금에 이어 하나금융 2대 주주다. 캐피탈그룹은 JB금융지주 지분도 현재 5.70% 갖고 있다.

미국 LA에 위치한 더캐피탈그룹(The Capital Group Companies) 본사. /더캐티탈그룹 홈페이지

캐피탈그룹은 1931년 설립된 미국 자산운용사로 2조6000억달러(약 364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캐피탈그룹은 여러 명의 펀드매니저가 공동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장기 투자를 원칙으로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캐피탈그룹이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이후에도 지분을 계속 늘린 것은 여전히 국내 금융지주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두 금융지주가 배당에 적극적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은 내년부터 보통주자본(CET1) 비율 13%를 초과하는 자본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올해도 8200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하나금융 역시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