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GPT-4 달리3

최근 금융 당국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법인 실명 계좌를 열어준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가상자산을 맡아 보관하고 관리해 주는 커스터디(수탁) 업계에서도 기대감이 나온다. 커스터디 사업은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가이드라인 등의 미비와 법인 계좌가 허용되지 않아 지금까지 사실상 서비스가 불가능했다.

19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사이트에 공지된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최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날 신규 거래소로 승인되어 신고수리증을 받은 거래소 ‘돌핀’을 제외한 27개 중 13개는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으며 7개는 일주일간 거래량이 0원인 ‘유령거래소’로 확인됐다.

반면 가상자산의 이전과 보관 관리를 맡아주는 가상자산 커스터디 전문 사업자의 경우 12곳 중 3곳만 서비스를 종료한 상태다. 이 중 디에스알브이랩스와 비댁스 2곳은 올해 9월에 사업자로 신고 수리가 완료된 신생 업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법인 실명계좌가 허용되면 커스터디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상자산 수탁업이란 고객들의 디지털 자산을 보관 및 관리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업으로, 기존 은행업과 유사하다. 가상자산을 투자자가 직접 보관할 경우 가상자산 지갑 보안키(Private Key)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할 위험이 있어 이를 안전하게 보관해 주는 서비스다. 해외에서는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투자은행이나 전문 수탁업체들이 직접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커스터디 서비스 수요는 대부분 대량의 가상자산을 운용하고자 하는 법인 투자자에게서 나온다. 현재는 법인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매수하더라도 법인 실명계좌가 막혀 있어 원화로 환수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서비스 중인 커스터디 업체들도 유의미한 실적은 내기 어려워, 금융 당국의 법인 계좌 허용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비트고(Bitgo), 뉴욕에 본사를 둔 파이어블록스 등 글로벌 커스터디 업체들도 국내 금융사와 협력해 일찍이 한국 진출을 예고했으나 아직 진전이 없다. 비즈니스 인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상자산 커스터디 시장 규모는 약 5531억달러(763조원)로 매년 연평균 23.65%씩 성장해 2032년엔 3조7421억달러(약 515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내부적으로 법인계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금융감독원과 상의를 한다는 소식이 돌면서 커스터디 서비스 업체들은 이르면 연내부터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해시드, 해치랩스가 함께 설립한 국내 첫 번째 커스터디 업체 한국디지털에셋(KODA)의 조진석 대표는 “법인계좌 허용 소식에 업체들도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로, 코다의 경우 앞으로 어떤 거래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할지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단계별 허용으로 영리기업들에 대한 허용이 늦어지는 게 아쉽다”고 설명했다.

웹3 컨설팅 기업 디스프레드 리서치팀의 김동혁 연구원은 “법인계좌가 허용되어 주로 대규모 거래를 수행하는 기관이 유입된다면 커스터디 업체와 거래소 모두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수탁 서비스 사용료에 기대수익이 국한된 커스터디 업체에 비해 거래 수수료, 기관 전용 신규 서비스 사용료, 거래소 신뢰도 및 유동성 증가 등의 잠재적인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거래소가 법인계좌 허용으로부터 더욱 많은 혜택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