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두 달 연속 하락하고 은행들이 그동안 높여왔던 대출 문턱을 점차 낮추면서 가계대출 급증 우려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가계대출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가율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중이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공시한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35%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하락했다. 앞서 신규 코픽스는 9월 3.40%에서 10월 3.37%로 내렸다. 이에 따라 국민·우리은행은 17일부터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0.02%포인트 내렸다. 다른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도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도 점차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신한은행은 17일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리고 하나은행도 12일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전세대출 제한도 완화했는데, 전날부터 미등기된 신규 분양 물건지에 대한 전세자금대출과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각각 재개하기로 했다.
탄핵 정국 속 낮아진 대출 문턱이 가계부채 급증 문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우선 가계부채의 60~70%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지난 11월의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전달(0.08%)까지의 상승분을 반납하고 보합으로 바뀌었다. 정권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크게 요동쳤던 학습효과 때문에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매수자들이 거래를 보류할 이유가 11월보다 더 커졌다. 게다가 부동산 하락기에 맞이한 탄핵 정국은 매매 시장 관망세를 확대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주담대 금리가 낮아졌다고 하긴 하지만 시장에서 느끼기에는 여전히 온도 차가 있다”며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을 하기에는 아직 금리 인하 폭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담대가 증가하고 가계대출이 급증할 거라고 우려할 필요까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내수 경기 부진 등 체감 경기가 얼어붙은 현재 상황에서 가계대출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내수 경기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일부 은행들의 움직임만으로 가계부채를 논의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위기감의 원인이 가계부채에 있는 만큼 여전히 절대적인 부채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경기 둔화로 주담대 등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낮아질 수 있지만 증가가 멈추진 않을 것”이라며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은행에도 위기가 전가되기 때문에 리스크 자체, 즉 부채의 절대적인 규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