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VG제도라고 불리는 밸류그룹(Value Group) 제도는 우리은행의 영업점 협업 제도를 말합니다. 영업점 직원들이 서로 협력해 고객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은행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2021년 도입된 내부 운영 시스템이죠. VG제도는 특히 고객의 다양한 금융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여러 부서와 직원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우리은행은 이 제도를 내년 1월부터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설명만 들으면 의도도 좋고 훌륭한 협업체계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사실 영업점 직원들에게는 지긋지긋한 제도였다고 합니다. 우리은행은 VG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을 꽤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지난달부터 본점 직원들 사이에서는 폐지될 거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VG제도는 은행 내 특수 점포를 제외한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인근 영업점 4~8개를 그룹화한 영업 채널입니다. 한때 지점들을 묶는 협업 제도는 외국 은행들의 영업 전략에서 착안해, 국내 은행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었었는데요.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지난 2016년 커뮤니티 제도라는 이름으로 4개 지점을 묶어 공동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KB국민은행이 PG(파트너십 그룹)제도, 하나은행이 컬래버 제도라는 이름으로 협업 영업 제도를 내놓고 시행했습니다.

우리은행은 다소 늦게 이 협업제도를 도입한 후발 주자였습니다. 2021년 첫 영업일부터 VG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한 우리은행은 당시 은행장이었던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신년사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해 언급할 정도로 은행 내에서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우리은행에서는 해당 제도를 기획한 직원들에게 표창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초반부터 달가운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말이 협력 영업이지, 성과조차 연대책임이 되는 제도였기 때문에 이미 시행 중인 다른 은행에서도 말이 많은 제도였습니다. 사실상 공동영업을 하게 되는 VG제도는 함께 묶인 영업 본부별로 지점의 성적을 평가하고 그 평가를 기준으로 성과급이 나옵니다. 부서 전체가 성적이 좋아야만 좋은 성과를 받을 수 있는 거죠. 동시에 내가 속한 지점의 실적과 관계없이 성과 결과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 /뉴스1

'옥상옥' 문제와 이중 보고 체계도 문제점으로 꼽혔습니다. 같은 지점장인데 누구는 일반 지점장, 누구는 VG장으로 구분되면서 인적 관리 체계가 복잡해졌습니다. 영업점 직원들에게는 기존 지점장 외에 지점장들의 그룹장이라는 VG장이 생기면서 "모셔야 할 시어머니가 두 명이 됐다"는 한탄도 나왔습니다. 또한 최근 비대면 거래 확대로 그룹 협업 체계가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우리은행보다 먼저 협업 제도를 도입한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해 1월부터 컬래버 제도를 대신해 지점별 성과 평가를 따로 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협업 제도를 6년간 진행하면서 조직 간 협업하는 문화가 잘 정착되어 왔고 지점별 현장 영업력 강화를 위해 폐지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신한은행도 여러 번의 개선을 거친 상태로, 이번 인사 및 조직 개편에서도 제도에 대한 검토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직원들은 지금이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돼 다행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영업점의 한 직원은 "VG제도는 기획의도는 좋았을지라도 중복 보고서 작성 등 불필요한 업무도 늘어났고 직원끼리의 불화만 깊어지게 만드는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번에 폐지 결정을 지점 직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