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 /각 사 제공

하나은행장 후보로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이 선정되면서 올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4곳 중 3곳의 수장이 새로운 얼굴로 교체됐다. 금융업계에서는 4대 은행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영업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고 차기 행장 인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환경 속에서 체질개선에 더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새 수장 인선이 지난 12일 하나은행장 인선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은행장 4명 모두 '영업 전문가'로 꼽힌다. 불확실한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하나금융지주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장을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으로 교체하면서 조직에 변화를 주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는 2021년 이후 강남·서초영업본부장, 중앙영업그룹장, 영업그룹장 등 영업 최전선을 두루 거친 영업 전문가다. 특히 '트래블로그' 카드로 영업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민은행은 이환주 KB라이프 대표가 새로운 국민은행장 후보로 추천됐는데, 이 후보는 재무와 전략, 영업 등 주요 부문을 두루 거쳤다. 2020년부터 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2021년부터 지주 최고채무책임자(CFO)로 근무하며 그룹 내 '재무통'으로 불리지만 영업기획부장으로 재직 당시에는 전국 영업점을 총괄하며 영업통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우리은행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는데, 정 후보도 영업통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진완 후보와 유도현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이 차기 행장에 좀 더 가깝다고 봐 왔었는데, '관리통'인 유 부행장이 아니라 영업통인 정 후보가 최종 낙점되면서 과감한 영업력 강화, 쇄신에 대한 의지를 안팎에 내보였다는 평가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뉴스1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관리나 재무 전문가의 경우 보수적인 성향이 있어 파격적인 조직개편 인사 같은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금융사고와 당국의 체질개선 요구 등 지금처럼 쇄신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저돌적이고 추진력이 강한 영업 전문가가 더 적합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임한 정상혁 신한은행장 역시 영업통이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1년간 영업점장으로 근무하면서 28회 수상할 만큼 현장 영업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영업성과가 탁월한 본부장들을 조직 전반에 배치하는 등 영업 리더를 활용해 성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내년도 업황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는 큰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내년 긴축 완화 지속 전망을 고려했을 때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기준 순이자마진(NIM) 평균은 1.57%로 전분기(1.64%)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미 실적 압력이 본격화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은행은 영업조직이기 때문에 영업력이 부족한 인물을 은행장으로 앉히지는 않지만, 최근 당국의 압박 등으로 대출 쪽으로도 자산 확대를 원하는대로 할 수 없는 등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영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이냐가 화두다"라며 "올해나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은 2025년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