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에 설치된 가상자산(암호화폐) 현황 전광판에 리플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뉴스1

한때 '리또속(리플에 또 속았다)'이라는 오명으로 국내 투자자들을 울렸던 가상자산 리플(XRP)이 '비상계엄' 쇼크로 추락했다가 주말 사이에 반등에 성공했다. 리플은 한국에서 유난히 사랑받는 가상자산인데, 이번 상승장에서 '마의 3달러'를 넘길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인다.

9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리플은 전날 대비 3.19% 떨어진 3542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전 8시까지 리플은 주말 사이 상승 랠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날보다 1.81% 오른 3795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리플은 지난 3일 처음으로 4000원대를 돌파한 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4일 '패닉셀'로 30% 넘게 떨어지면서 시총 3위 자리도 반납했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사이 리플은 8% 가까이 오르며 계엄 사태 전의 가격을 대부분 회복했지만 이날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리플 투자를 고심하고 있다.

리플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전까지 3주 연속 상승랠리를 지속하며 4000원을 넘기는 등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지난 2018년 1월 기록한 원화 전고점인 4750원과 단 15% 차이만 남겨두고 있었다. 리플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당선 전까지 동전주(1000원 미만인 종목)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폭발적 상승 흐름이다. 특히 최근 10만달러를 넘긴 비트코인의 상승세보다도 가파른 상승폭에 더 많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리플의 가격 급등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가장 유력한 이유는 리플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기대감이다. 올해 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물 ETF가 승인된 가운데 리플은 솔라나와 함께 다음 ETF 타자로 지목되는 가상자산이다. 이미 비트와이즈, 카나리 캐피탈, 21셰어즈, 위즈덤트리 등 주요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현물 ETF 신청을 진행 중이며, 최근 가상자산업계에 친화적인 인물인 폴 앳킨스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이 차기 SEC위원장으로 지명되면서 승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플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전담할 '가상자산 차르'에 지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다. 이는 리플랩스가 코인베이스와 함께 대선 당시 트럼프 당선인을 지원한 가장 큰 후원자였던 영향이다. 이날 미국 CBS방송의 간판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한 갈링하우스 CEO는 미국 선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 '규제의 명확성'을 원했기 때문이라며 가상자산 산업의 부흥과 리플의 잠재성에 대해 언급했다.

리플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오른쪽)가 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가진 방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리플 제공

미국 언론들은 갈링하우스 CEO의 행정부 입성이 리플과 SEC의 법적 분쟁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EC는 가상자산 발행사 리플랩스가 XRP를 미등록 증권으로 판매했으며 약 13억달러를 불법적으로 모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리플랩스는 XRP가 증권이 아닌 유틸리티 토큰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SEC의 수장이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인물로 바뀌고, 갈링하우스 CEO가 행정부에서 역할을 하게 되면 지지부진한 리플과 SEC의 소송전도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플랩스가 출시를 준비 중인 스테이블코인 RLUSD가 뉴욕 금융서비스국(NYDFS)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도 리플 가격 상승에 힘을 실어줬다. RLUSD가 승인되면 리플은 이를 통해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 다만 주말새 데이비드 슈워츠 리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연말 상황과 연말 휴일로 RLUSD의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리플은 특히 국내 투자자들의 지지가 높은 가상자산이다. 한때 리플의 국내 평균 거래대금은 하루 7조원 이상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거래량보다 훨씬 컸다. 지난 10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리플은 국내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솔라나 ▲에이다와 함께 국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 중 상위자산 6개에 이름을 올렸다. 한 차례 등락 뒤에도 리플은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에서 거래대금 1조8200억원을 기록하며 현재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가상자산이다.

한국인이 리플이 한국인들에게 유난히 관심받는 이유는 분석가들도 정확히 짚지 못했다. 다만 리플이 과거 2017년 가상자산 광풍 당시 국내 거래소에 일찍 상장돼 익숙하다는 점, 국내 은행 등 기업들과 협업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비교해 저렴한 개당 가격 등이 이유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 친화 정책을 내놓으면 리플은 가상자산 생태계와 실물 시장을 잇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잠재성은 여전하다"며 "하지만 최근 리플의 급등세는 호재들이 선반영된 효과이며 현재는 조정국면을 맞이하고 있어 투자를 권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