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두나무 제공

비트코인이 마침내 개당 10만달러를 넘기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이 폭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점유율 1위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와 2위인 빗썸의 4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국내 거래소들은 2분기와 3분기 지지부진한 실적을 내놓았다.

5일 오후 3시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6.52%오른 10만250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는 전일 대비 3.99% 오른 1억448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의 급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친(親)가상화폐 인사로 꼽히는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지명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완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 트럼프 당선 이후 연일 거래량 최고치 경신

이날 같은 시각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두나무는 전날 대비 6.32% 오른 20만2000원, 빗썸은 22.94%오른 13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난달 6일 가격은 각각 10만4000원, 8만9000원에 불과했다. 현재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두나무와 빗썸은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종목들이다.

국내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이번 '가상화폐 불장'으로 가장 수익을 많이 벌어들인 곳이 두나무일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 매출의 98.59%는 업비트를 포함한 거래 플랫폼의 수수료 매출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은 이전 대비 10배 이상 상승했다.

강준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주평균 10조원 미만의 거래량을 보이던 업비트에서는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뒤 3일부터 9일 사이 거래대금은 32조5739억원으로 뛰어올랐고,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은 100조원가량이 거래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패닉셀'까지 이어지면서 하루 거래량이 4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최근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을 합친 금액은 17조원 수준으로, 업비트 한군데의 일거래량에 반도 미치지 못한다.

업비트의 기본 거래 수수료율은 0.05%, 예약 주문 수수료는 0.139%다. 업비트에 따르면 예약 주문의 비중은 매우 적은 편으로, 거래대금 전체에 일반 거래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한 주간 최소 500억원을, 비상계엄 선포 당시 하루에만 200억원을 벌어들인 셈이 된다. 단순 계산 해봐도 한 달간 두나무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인 1893억원 이상 벌어들인 것이다.

서울 강남구 빗썸 라이브센터 모습./뉴스1

◇ '수수료 무료' 진행한 빗썸, 보유 비트코인 처분까지

반면 빗썸은 지난 10월 1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수료 수익이 적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국내 가상자산 거래 점유율에서 한 자릿수까지 떨어진 빗썸은 이후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여왔고 이에 힘입어 최근 점유율이 30%를 넘어섰으나 현재는 20%대로 다시 떨어졌다.

그럼에도 빗썸 역시 9월 한주간 평균 4조원에 머무르던 거래량이 트럼프 당선 이후 40조원으로 뛰어올랐다. 특히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마친 뒤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현재는 일거래량이 6조원에 이르는 만큼 수수료 이익을 챙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빗썸의 기본 거래 수수료율은 0.04%로, 약 24억원 정도를 수수료 매출로 벌어들인 셈이다. 계엄 당일 빗썸의 거래량은 대략 9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수수료 매출은 최소 36억원을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의 가치 상승으로 인한 두나무의 자산 급증도 있다. 두나무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비트코인 1만6748개, 이더리움 9569개, 테더 938만7057개를 보유 중이다. 올해 초 비트코인의 가격은 개당 6000만원대다. 이날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이 1억44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비트코인의 자산가치만 최소 2조4177억원으로, 기존보다 자산이 2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반면 점유율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인 빗썸은 비트코인을 상당히 처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빗썸 비트코인 보유량은 3분기 말 기준 103개로, 지난해 1분기 말 505개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402개가 줄어들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 기준으로 보면 727억원에서 148억원으로 5배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보유한 비트코인을 이벤트 지급 및 전산망 수수료에 소모한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