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농협중앙회 제공

NH농협금융지주가 최근 서국동 NH농협손해보험, 오세윤 NH저축은행, 이현애 NH선물 대표 등 계열사 3곳 최고경영자(CEO)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농협금융 회장과 농협은행장 교체에 맞춰 이들 CEO까지 교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3곳 CEO는 올해 초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는 모두 내년 12월까지다.

농협금융이 3곳 CEO에게 사표를 요구한 것은 전임 회장 때 선출된 인사를 물갈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3곳 계열사 CEO는 모두 이성희 전 중앙회장 체제에서 선임됐다. 특히 서 대표의 경우 농협중앙회 홍보실장과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이 전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전 회장도 2020년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당시 이대훈 농협은행장, 홍재은 농협생명, 최창수 농협손보 대표 등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제출받았다.

CEO 사표 제출을 요구받은 계열사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농협손보의 올해 3분기 누적 보험영업이익은 13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0억원)과 비교해 두 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NH저축은행은 124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일부 CEO는 사표 제출 요구에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농협금융 내에선 이들이 결국 이달 중 사퇴할 것으로 보고 있다.

3곳 CEO가 물러나면 강호동 회장 인사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도 사실상 교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로, 금융 계열사 CEO 인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농협금융 및 계열사 CEO를 선임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는 강 회장이 추천한 박흥식 비상임이사가 참여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박 이사를 통해 금융 계열사 CEO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농협의 한 인사는 "이미 농협은행장에도 강 회장과 동향인 영남권 출신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강 회장이 지주 회장과 은행장 교체에 맞춰 다른 금융 계열사 CEO들도 자기 사람을 앉히려는 의도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