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오른쪽)이 마주 보고 앉아 있다. /뉴스1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기 중에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이 여러 차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정기검사에서 이런 사실을 밝혀내고 제재 절차를 준비 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 우리은행 검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금융권 내에선 임 회장을 향한 금감원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검사에서 임 회장 및 조병규 우리은행장 임기 중 손 전 회장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 대출이 다수 집행된 사실을 파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 우리금융 경영진 임기 중 발생한 부당 대출은 여러 건이다”라며 “정확한 건수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 회장의 임기는 지난해 3월부터, 조 행장의 임기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임 회장 임기 중 여러 건의 부당 대출이 발생한 사실을 밝혀낸 금감원은 임 회장의 거취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부당 대출 사실을 일찌감치 파악하고도 금융 당국에 수개월 늦게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 자신의 임기 중 전임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금융사고를 막지 못한 사실도 드러나 추가적인 책임 추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감독·검사 과정에서 파악한 은행지주의 경영상 취약점을 이사회 의장들에게 공유했다. /뉴스1

금융권 내에서는 특정 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금감원의 공세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관련) 현 회장 및 은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부당 대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중점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 부임 전 역대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을 직접 거론하며 금융사고 책임을 따지는 경우는 없었다.

이 때문에 금융권 내에서는 이 원장 특유의 ‘검찰 스타일’이 금감원 검사 업무에 영향을 미쳐 임 회장에 대한 압박이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사 돌입 후 시시비비를 가려 특정 인물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는 금감원의 최근 행보가 검찰의 기법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을 겨냥한 이 원장의 직접적인 발언과 금감원의 압박은 유례없는 상황이다”라며 “이 원장 부임 후 금감원의 스타일이 검찰과 같이 변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10월 7일부터 11월 29일까지 우리은행 정기검사를 실시했으며 현재 일부 금감원 인력이 우리은행 본점에 남아 막바지 자료를 취합·정리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주 혹은 다음 주 중으로 우리은행 강평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평은 금감원의 검사가 끝난 후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하기 전 검사 결과를 피검기관에 설명하는 절차다. 금감원은 보통 강평 과정에서 금융기관에 검사 중 발견된 지적사항을 알리고 시정을 권고한다.

현재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강평 일정을 조율하며 지적사항을 정리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강평 때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 이사회 내부통제 작동 여부, 금융사고 늑장보고 의혹 등에 대해 지적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