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로 깜짝 인하하면서 대출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 10월 11일 3년 2개월 만의 첫 기준금리 인하 땐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가 되려 올랐으나, 이번엔 금리가 곧바로 떨어졌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의 금리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혼합형·주기형에 적용되는 고정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등급) 금리는 지난달 28일 3.00%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한 달 전인 지난 10월 28일(3.318%)과 비교해 0.318% 급락했다. 올해 연중 최고치(3.976%)와 비교하면 1%포인트 가까이 내린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금융채 금리가 조만간 2%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땐 이미 기대감이 먼저 반영돼 시장금리가 크게 반응하지 않았으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터라 당분간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대출금리도 낮아진다.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가 더해져 결정된다.
지난 7월 이후 급격히 오른 은행 대출금리도 최근 하락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지난달 28일 기준 연 3.57%~5.97%로, 지난달 1일(연 3.75~6.15%)과 비교해 금리 상단이 0.18%포인트 하락했다. 시장금리가 하락한 영향도 있으나, 금융 당국의 제동에 가산금리를 올리기 어려워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초 예금금리는 떨어지는 반면 대출금리는 상승하며 은행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것을 두고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대출금리를 내리라는 주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 체감이 가능하도록 은행이 대출금리를 자체적으로 조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시중은행 금리 상황을 체크하겠다”고 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지난 7월부터 두 달여간 가산금리 조정으로만 대출금리를 20차례 이상 올렸다.
시장 왜곡으로 높아진 대출금리는 추세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금융 당국의 고민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흐름에 맞물려 다시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금융 당국은 대출 한도 관리를 통해 가계부채를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 7월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가 적용된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상승 가능성을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DSR을 산정하는 방식인데, 3단계에서는 지금의 2단계보다 기본 스트레스 금리(1.5%) 반영 비율이 상향(50%→100%)된다. 또 규제 대상에 제2금융권이 포함되며, 범위도 주담대·신용대출은 물론 기타 대출까지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