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가상자산 과세 여부를 두고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다. 타협을 위해 비공개 협의도 세 번이나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됐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이미 가상자산이 과세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투자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회 소소위에서도 가상자산 과세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조세소위는 이번 주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소득세법 개정안 협의에 들어갔으나 여야 간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기재위는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여야 간사 및 기재부 1차관 등만 참여하는 비공개 협의체인 소소위를 25~26일, 그리고 이날까지 열었으나 끝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과세를 둘러싼 논쟁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가상자산업계는 과세 될 가능성까지 대비하고 있다. 국내 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은 투자자들이 세금 신고를 쉽게 할 수 있는 서비스나 매수·매도가격 데이터를 정리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소들은 “이런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거래소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는데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은 차익 계산이 복잡하고 거래소도 한두 군데 쓰는 게 아니라서 겨우 찾아온 불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내년 1월 1일에서 2년 유예한 2027년부터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공제선을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자는 의견이다. 과세의 이유로는 세수 결손과 경기 침체를 근거로 들고 있다. 지난해 56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기업 실적 악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역대급 결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이미 과세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의 주요국은 이미 가상자산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을 부과한다. 미국의 경우 가상자산 투자를 통해 얻는 양도소득을 자본이득으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주식 등 다른 투자자산과 손익통산이 가능하고 결손금 이월공제도 가능하다. 가상자산으로 10만달러를 벌었어도 주식으로 10만달러를 잃었다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영국과 독일도 미국의 과세안과 비슷하게 구성돼 있다. 일본은 국내 과세안처럼 가상자산 차익을 잡소득으로 분류하고, 과세한도도 20만엔(약 182만원) 정도로 낮은 편이다. 최근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홍콩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자본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가상자산에 대한 자본이득세 면제를 추진 중이다.
이날까지 여야 간 이견이 합치되지 않으면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은 본회의에 자동 부의될 예정이다. 헌법 제54조 2항과 국회법 제85조의3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했을 경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 자동부의된다. 정부가 지난 7월 내놓은 ‘2024년 세법개정안’에는 주주환원 촉진세제 신설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비롯한 내용과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예산안이 자동부의 되는 것을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야당에서 정부안과 유사한 예산안을 만들고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된 내용은 야당의 주장대로 만들어 본회의에 제출할 수 있으며 국회의장이 민주당 예산안을 채택하는 변수도 생길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그동안 소소위에서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못했고 그로 인해 상속세율 인하나 밸류업 관련 세제 지원 등 여타 안건들까지 협상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