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깜짝 인사를 시작으로 신한·하나·우리은행 등에도 쇄신의 바람이 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KB금융지주는 27일 계열사 대표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선정했다. KB금융 안팎에선 이재근 현 행장이 3연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예상 밖의 깜짝 발탁 인사가 이뤄졌다.
조직의 안정보다는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계열사 대표 추천위는 이환주 행장 후보에 대해 “글로벌 사업 추진력 강화, 근본적인 내부통제 혁신 및 기업문화 쇄신, 명확한 의사소통 프로세스 정립 등을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3연임에 대한 부담이 컸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뱅크(옛 부코핀은행) 부실 여파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으나, 3연임 사례가 많지 않아 부담이 적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3연임을 한 국민은행장은 허인 전 행장(2018~2021년)뿐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로 검찰 수사를 받는 우리은행 역시 은행장 교체에 나선다.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이 된 조병규 행장은 전날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이사회 역시 조 행장이 연임 시 사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차기 행장 후보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차기 행장 후보는 이르면 오는 28일 발표될 예정이다. 김범석 국내영업부문 부행장,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우리금융지주 부사장 겸직), 이정수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조병열 연금사업그룹 부행장, 조세형 기관그룹 부행장(이상 가다나순) 등 6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자 모두 50대다. 조 행장(1959년생)보다 적게는 8년, 많게는 15년가량 차이 난다는 점에서 조직 쇄신을 위한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된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내부에선 아직 행장 교체를 염두에 둔 차기 행장 하마평은 없는 상황”이라며 “실적도 좋고, 2년 임기 후 한 차례 연임은 무난히 이뤄진다는 점에서 교체보단 연임이 유력해 보인다”고 했다. 다만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깜짝 발탁 인사를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내년 3월 임기 만료와 맞물려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