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는 22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선임안을 논의한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 돼 연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조 행장은 차기 행장 후보군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다. 검찰의 칼끝이 임 회장을 겨누고 있어 거취 표명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임 회장은 아직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정기 이사회를 개최한다. 전날엔 이사진 간담회를 열고 이사회에서 논의할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안건을 조율했다. 이사회에선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후속 인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군은 숏리스트까지 추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 이사진은 검찰 조사와 금융 당국의 검사로 어수선한 상황인 만큼 후보군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이달 말 단독 후보를 발표하는 방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사법 리스크로 인해 조 행장은 숏리스트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행장이 부당대출을 인지하고도 금융 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조 행장은 부정 대출이 일어나기 시작한 2020년 우리은행 준법감시인으로 재직했으며, 이후 지난해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임 회장의 거취도 불투명해졌다.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조 행장은 물론 임 회장의 사무실까지 포함되자, 사실상 사퇴를 압박하는 메시지란 해석이 나왔다. 검찰은 임 회장도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아직 참고인 신분이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사퇴 여부를 묻는 말에 “지금은 조직의 안정 그리고 내부 통제 강화에 집중할 때”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정감사 때까지만 해도 임 회장의 사과와 쇄신안 발표 등으로 거취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으나,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며 “임 회장과 조 행장이 모두 교체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금융 당국의 압박도 상당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검사에 돌입한 이후 지난달 정기검사에 착수해 6개월째 릴레이 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 15일 종료로 예정됐던 검사를 한 주 연장한 데 이어, 전날 한 주 더 검사를 연장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임 회장 취임 후 한국포스증권 인수, 동양·ABL생명의 패키지 인수 계약 체결 과정에서 그룹의 자본비율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인수합병(M&A)을 통한 급격한 외형 확장이 그룹의 자본 적정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뤄졌다는 결론이 날 경우 임 회장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