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가계대출이 10월 2조7000억원 급증했는데 이중 절반이 카드론, 현금서비스, 보험약관대출 등 ‘서민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2금융권 가계대출을 잡아야만 하는 금융 당국은 난감한 입장이다. 자칫 대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생계형 대출이 시급한 서민·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당분간 주택담보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새마을금고, 농협 등 상호금융 관리·감독을 강화하며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1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의 가계대출잔액은 9000억원 증가했다. 보험과 저축은행 대출은 각각 5000억원, 4000억원 늘었다. 여전사는 카드론, 보험은 보험계약대출, 저축은행은 신용대출 위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론, 보험계약대출, 저축은행 신용대출은 서민층의 ‘급전 창구’로 꼽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난달 늘어난 2금융권 가계대출 절반이 서민 대출이다”라며 “2금융권 내 주담대를 실행하는 상호금융, 보험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며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다”라고 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폐업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최후의 보루인 카드론, 보험계약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금융권 관계자는 “2금융권에서 나가는 대출의 상당 부분은 생계형 대출이다”라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으로 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지 못해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위해 2금융권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고만 판단해선 안 될 문제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이 2금융권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금융 당국은 일단 지난달 주담대가 1조원 폭증한 새마을금고와 집단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농협 등 상호금융에 대한 ‘핀셋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제대로 준수해 대출을 내주고 있는지 대출 취급 실태를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가계부채 점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공유하고 하루 만에 농협중앙회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오는 18일부터는 새마을금고중앙회 현장 점검에 나선다. 현장 점검은 강도 높게 이뤄질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도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빠르다”며 “기한을 따로 두지 않고 가계대출이 안정화될 때까지 점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금융 당국은 2금융권 DSR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은행에서 빌리는 주담대와 신용대출엔 스트레스 금리 1.2%포인트를 더해 DSR을 집계하는 반면, 2금융권 주담대엔 0.75%포인트만 반영한다. 이 스트레스 금리를 올릴 경우 대출자의 대출 한도는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다만 2금융권 가계대출의 경우 DSR 미적용 대상이 많아, 규제 강화가 대출 억제로 즉각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2금융권에서 주로 취급하는 중도금·이주비 대출, 1억원 이하 신용대출 등은 DSR 집계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