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며 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다만 보험료를 인상하면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보험사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가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4조9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이 중 비급여 지급금이 2조8564억원으로, 급여 지급금(2조875억원)을 넘어섰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비급여 과잉진료를 지목하고 있다. 올해 1~8월 도수치료·체외충격파치료·증식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1조5620억원이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지난해 첫 2조원 돌파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 비급여 물리치료 실손보험금은 2021년 1조8468억원, 2022년 1조8692억원, 지난해 2조1270억원으로 매년 커지고 있다.

손해율이 더 악하되면 실손보험료가 다시 상승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실손보험료는 전년보다 평균 1.5% 상승해 2022년(14.2%)과 지난해(8.9%) 상승률보다 낮다. 다만, 이는 보험업계가 상생금융 동참 차원에서 조정한 수치다. 올해 1분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6.1%로 지난해 말보다 6.7%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제 손해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3세대 실손보험은 올해 전년 대비 평균 18% 인상됐다.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IC 인근. /뉴스1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는 4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의 손해율은 86.6%로 전년 동기보다 4.6%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9월 누계 평균은 81%로, 전년 동기(78.2%)보다 높다. 보험업계에선 자동차보험의 적정손해율을 78~82%로 본다. 82%를 넘기면 적자가 나고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최근 3년 연속 보험료를 인하했는데, 이번만큼은 내리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다만 보험업계는 손해율만 따져 보험료를 인상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은 4000만명이 가입돼 있어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된다. 보험료를 인상하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금융 당국과의 협의도 필요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료는 인상할 수밖에 없는데, 손해율이 정확히 잡히지 않고 있어 구체적인 인상폭은 연말이 돼야 결정될 것이다”라며 “서민경제 영향이 있다 보니 큰 폭으로 올릴 수는 없다”라고 했다. 그는 “자동차보험도 손익분기점에 다다른 상황으로 겨울에 얼마나 손해율이 올라갈 것인지에 따라 인상폭도 다르게 결정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