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제2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방지책을 마련 중인 금융 당국이 은행 영업점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한을 공론화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러나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옥죄면 오히려 비대면 판매로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금융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면서도 비대면 채널의 위험도를 줄일 실무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 영업점 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한을 검토 중이다. 지난 5일 금융위는 ‘홍콩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 세미나’를 열고 은행의 투자상품 판매 관행 개선안을 제시하며 공론화를 시작했다. 금융위는 ▲은행의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 전면 금지 ▲지역별 거점 점포에만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 허용 ▲창구분리를 중심으로 불완전판매 방지 내부통제 강화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의견을 교류했고 이를 토대로 금융위는 최종 개선방안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금융위는 은행 오프라인 영업점 내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이 본연의 사업인 여수신 업무에 집중하도록 지도하고 금융소비자는 별도의 장소에서 투자를 결정해 투자 자기책임을 명확히 짊어지도록 하는 게 목표다. 세미나에서 다수의 전문가들도 이러한 순기능에 동의하며 지역별 특정 점포에서만 고난도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안에 지지 의견을 보냈다.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홍콩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 세미나' 모습. /금융위원회 제공

다만 비대면 풍선효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PC나 모바일 등 비대면 환경에서 투자상품 가입 시엔 은행원의 투자 권유행위가 없다. 그렇기에 제2의 홍콩 H지수 ELS 사태가 불거져도 은행이 비대면 환경에서 투자상품 설명에 충실했다면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은 줄어들고 소비자의 자기책임은 커진다.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오프라인 판매를 제한하지만 더욱 위험한 비대면 환경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은행이 비대면 채널 판매에서 적합성을 제1원칙으로 세우되 지금보다 더욱 세심한 소비자 보호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적합성 원칙이란 금융사가 소비자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위험 허용도를 넘어서는 상품을 권유해서는 안 되는 원칙을 뜻한다.

성수용 금융연수원 교수는 “현재 은행이 적합성 원칙을 지킨다며 소비자 성향을 테스트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품을 권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비대면 채널에서 투자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할 때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은행 창구 직원이 화상 혹은 채팅으로 소비자와 충분히 투자 관련 상담을 제공하는 등 적합성 원칙을 강화하는 실무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