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모습. /연합뉴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입주를 앞두고 은행권이 잔금대출의 총한도를 정하는 방식으로 둔촌주공 대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잔금대출 수요가 몰릴 경우 해당 단지에 대한 대출을 중단할 수 있도록 미리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조건부 전세대출 재개를 검토하는 은행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금융 당국의 의지가 강력해 은행권이 대출을 쉽게 늘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4일 금융 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 측면에서 오는 27일 입주를 앞둔 둔촌주공도 예외는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당국에서 통제 가능한 범위 내로 가계대출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으면 둔촌주공이든 다른 사업장이든 대출이 나갈 수 있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단지 하나를 예외로 두기 어렵다”라며 “특히 은행의 가계부채 관리를 자율적으로 하라고 한 상황에서 하나의 단지에 대해 당국이 (대출을) 풀어줘라, 말라 할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이달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둔촌주공 입주를 앞두고 대출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대출 규제 완화 없이) 지금 기준으로 하는 부분을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보다 실적에 여유가 있는 은행을 중심으로 둔촌주공 대출 수요를 잡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만2000가구가 입주하는 둔촌주공은 대출 실행 규모 역시 조(兆) 단위가 될 것으로 보여 은행 입장에서는 좋은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서울 시내 설치된 4대 은행 자동화기기(ATM)의 모습. /연합뉴스

은행들은 잔금대출 총한도를 정해 대출 물량이 쏠릴 경우에 대응할 예정이다. 잔금대출 금리가 다른 은행에 비해 낮으면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는데, 그렇더라도 가계대출이 급증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다. 은행권은 이달 중순쯤 잔금대출 금리를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이 둔촌주공 잔금대출에 참여할 것”이라며 “대출 규모를 사전에 정할 예정이고, 금리 조건도 은행별로 크게 다를 것 같진 않다”라고 했다.

일부 은행은 둔촌주공에 대한 조건부 전세대출 재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소유권이 바뀌는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 상품이다. 이 대출은 전세세입자를 구해 이들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집을 사는 ‘갭투자’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은행권이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조건부 전세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하나은행뿐이다. 둔촌주공은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되면서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다. 또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는 “둔촌주공 입주 시기 전 전세대출 규제를 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곳이 상당수 있는 걸로 안다”며 “실수요자에 대해 무작정 문을 닫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둔촌주공 대출보다 가계대출 관리에 무게를 두면서 은행권이 실제 대출 규제를 완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행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경우 이미 가계대출 총량이 3조원 넘게 초과해 조건부 전세대출을 풀라고 해도 풀 수 없을 것”이라며 “올해 당국에서는 어떤 수단으로든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상황에서 대출에 여유가 없다면 아무리 구미가 당긴다고 해도 대출을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의 둔촌주공 대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둔촌주공 대출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라며 “집단대출의 경우 이미 나간 중도금대출을 잔금대출로 갚는 형태이기 때문에 둔촌주공에 잔금대출이 나간다고 해서 대출의 큰 장이 열릴 것 같진 않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