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은 30일 “주요 시중은행의 중도상환 수수료에 반영되는 실비용을 시뮬레이션해보니 중도상환 수수료를 현재 수준보다 절반 내릴 수 있다는 잠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소비자가 대출을 중간에 상환할 때 내야 할 중도상환 수수료와 관련,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율이) 현재 약 1.2~1.4% 수준으로, 0.6~0.7%로 내려올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신용대출의 경우도 현재 0.6~0.8%정도로 0.4% 내외까지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은행권의 중도상환 수수료가 본격적으로 인하될 것으로 봤다. 김 위원장은 “시뮬레이션을 검증하는 작업을 마무리해서 내년 1월부터 (중도상환 수수료 개선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그 이전이라도 준비가 되는 은행은 더 빨리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10월 가계대출 증가세와 관련해 아직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월말에 대출이 나가는 부분이 있어 (가계대출 증가 폭을) 전망하긴 조심스럽지만 지난 9월보다는 증가 폭이 조금 늘어날 것으로 본다. 증가 폭은 그렇게 크진 않을 것”이라며 “9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됐다고 평가하지만 추석 연휴도 있어서 10월 (가계대출 잔액) 숫자가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전세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2금융권에 대한 대출 추가 규제 등과 관련해서는 “상황을 본 뒤 판단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DSR은 차주(돈을 빌린 사람)가 보유한 대출의 연간 원리금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산출하는 제도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은 DSR 산정 대상에 포함되나 전세대출은 DSR 규제의 예외 대출로 적용돼 가계부채 증가를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금융권 역시 은행권에 비해 완화된 DSR 규제를 적용 받아 DSR 규제의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출을 받을 때 자기 소득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지속돼야 하지만, 전세대출은 실수요자인 경우가 많다. 여러 차례 DSR 규제 도입에 대해 논의됐으나,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다”며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전세대출 DSR은 실수요자 측면과 전세대출 포함한 가계대출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상황을 감안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2금융권 관련 대출 관리 조치 역시 10월에 실제로 얼마나 늘었는지 결과를 봐야 판단 가능하고, 추가적으로 (규제가) 가능할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KB·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점검 강화 발언이 회장 사퇴 등 거취를 노린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현재 정기검사를 하고 있는 금융지주에 대해 운영 리스크 부분을 철저히 점검하라는 지시로 이해하고 있다”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으로는 해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은행권의 판매 규제 논의에 대해서는 ”다음 달에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토대로 제도 개선안을 가급적 늦지 않은 시간에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은행 대리업 제도와 관련해서는 “금융 당국도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라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체국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현재도 결제 부분은 위탁 형식으로 허용되는 부분이 있다”며 “다만 대출을 위탁하는 건 현행법 해석상 법률을 개정해야 할 부분이라서 은행법을 고쳐서 갈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서 더 빨리 할 건지 판단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1월 초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소개하며 “기관투자자가 밸류업이 우수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나오는데 이를 계기로 (국내 시장과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어 “(밸류업 정책과 관련해) 현재 시점에서 단정적·부정적으로 평가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밸류업을 위한 인센티브는 회계쪽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고 늦지 않게 구체적인 내용 발표할 것이다. 밸류업이 시장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한 국회의 역할도 당부했다. 그는 “올해 1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방침을 내놓은 뒤 충분하고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며 “이제는 투자자의 근심과 불확실성을 끝낼 수 있도록 국회가 조속히 금투세 폐지 결론을 내려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