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밈코인(별다른 쓰임새 없이 단순한 재미를 위해 발행되는 코인)으로 꼽히는 도지코인이 최근 비트코인의 상승 폭을 넘어서며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코인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자주 언급해 유명세를 탔었다. 다음 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머스크의 지지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도지코인에도 연일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도지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1% 상승한 2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나흘 연속으로 전날 대비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일 업비트에서 도지코인은 140원대에 거래가 됐다. 약 한 달 만에 가격이 60% 넘게 치솟은 것이다.
같은 기간 다른 주요 가상자산들의 가격도 반등했지만, 상승 폭은 도지코인에 미치지 못했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달 초 8100만원에서 이날 9900만원을 기록, 이달 들어 22.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더리움은 325만원에서 365만원으로 12.3% 상승했다.
도지코인처럼 개의 이미지를 본따 만들어진 시바이누의 경우 이달 상승률은 18.1%에 그쳤다. 페페와 봉크 등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표 밈코인들은 같은 기간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다. 전체 밈코인의 가격 흐름과는 별개로 도지코인만 유독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도지코인은 일본의 유명 견종(犬種)인 시바견의 이미지를 따서 발행됐다. 이 코인은 과거 IBM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지난 2013년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풍자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최초 발행 후 7년 동안 가격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던 도지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이며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일론 머스크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머스크는 2021년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 자주 도지코인을 언급했고, 자신을 ‘도지의 아버지’라 지칭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2021년 5월 자신의 달 탐사 계획에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도지코인 가격은 900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로 치솟았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최근 도지코인의 상승세 역시 머스크의 행보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머스크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도지코인 역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혀 온 머스크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아예 함께 유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선거 자금을 모으기 위해 설립한 단체인 ‘아메리카 팩’에 올 3분기에만 7500만달러(약 1040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표현의 자유와 총기 소지 권리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수정헌법 1, 2조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첨을 통해 매일 한 명씩 100만달러(약 14억원)를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8월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된 후 한동안 하락했지만, 최근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미국 방송사인 CBS가 지난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4%포인트 뒤졌지만, 28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격차가 1%포인트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도지코인 가격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르면서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투자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밈코인 자체가 마치 도박과 비슷한 고위험 자산에 속하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기대하고 섣불리 투자에 나설 경우 차익 실현 매물만 떠안고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8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의 주가는 262.51달러로 마감했다. 지난달 30일 주가는 261.63달러였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반등했지만, 테슬라 주가는 한 달 전과 비교해 거의 오르지 못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의 경우 이미 제도권 자산으로써 결제 기능을 갖춘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언급했다”면서 “반면 도지코인은 쓰임새가 없어 대선 결과와 상관 없이 가치가 오를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