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의 모습./뉴스1

정부가 2금융권의 집단대출 ‘과당경쟁 주의보’를 내리자 1만2000가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아파트 집단대출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던 새마을금고가 대출 상담을 일시 중단했다. 대출 금리를 연 3%대까지 낮출 수 있다며 모객에 나선 상호금융의 집단대출 금리 경쟁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주부터 둔촌주공 집단대출 가심사를 접수 받기 시작한 강동송파새마을금고는 전날 대출 상담을 일시 중단했다. 해당 금고는 입주자 커뮤니티에 “23일 정부 방침이 결정되면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2금융권의 (대출 정책) 방향이 결정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금융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공지했다. 가심사란 차주(돈 빌리는 사람)가 상담 신청서를 보내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회해 대출 가능 여부 및 대출 가능액을 사전 검토하는 절차다.

금융 당국이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공격적인 영업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 데 따른 조치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전날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이같은 당부 사항을 전달받은 후 이날 추가 대출 규제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단위 금고가 대출 상담을 이어갈 경우 고객 혼선이 커질 것을 우려해 상담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한 2금융권 주담대 대부분은 새마을금고에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신규 아파트 분양자 등을 대상으로 한 집단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은행보다 2금융권에서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강동송파새마을금고는 가심사 접수 당시 “대출 기간이 40년으로 길고 타 금융기관에 비해 DSR이 10% 높아 대출이 최대로 필요한 분께 유리하다”고 홍보했다. 현재 5대 은행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만기는 최대 30년이며, DSR 한도는 40%다. 상호금융 주담대에는 DSR 50%가 적용된다. DSR은 연 소득에서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DSR이 높아지면 빌릴 수 있는 돈이 많아진다. 대출 만기 역시 길수록 한도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금융권 입장에선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기회다. 통상 집단대출은 규모가 수백억, 수천억원대라 큰 수익을 낼 수 있고 담보물도 확실해 손실 위험이 적다. 둔촌주공 대출 규모는 최소 3조원 이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낮은 대출 금리를 제시하며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입주 예정자는 “대출 한도와 금리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돼 은행과 상호금융 여러 곳을 방문해 상담을 받았는데, 상호금융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제시했다”며 “시중은행은 연 4~4.5% 금리를 제시했는데, 상호금융 한 곳은 연 3.8%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집단대출 취급 금융기관으로 선정된 곳 중 상호금융은 서울강동농협이 유일하다. 농협을 제외한 새마을금고·신협·수협 등 상호금융은 고객 유치가 사실상 불리한 상황인 만큼 모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동송파새마을금고는 지난 13일 둔촌주공 사전점검 당시 단지 입구에서 입주자들에게 대출 상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협약 기관들이 확정 대출금리를 제시하고 영업에 본격 착수하기 전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상호금융권이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금융 당국이 2금융권 대출 규제를 은행에 견줄만큼 강하게 조이지 않는 이상 집단대출 수요가 상호금융권으로 상당히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현재 금융 당국은 2금융권 DSR 비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