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후 은행들이 줄줄이 예·적금 상품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보통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은행들은 즉각 수신 금리를 내리나, ‘이자 장사’ 비판에 시장 분위기를 살피며 시차를 두고 조정에 들어간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이날 예금 금리와 적금 금리를 상품별로 각각 0.25~0.40%포인트, 0.25~0.55%포인트 인하했다. 또 청약예금과 재형저축 상품의 금리도 0.25%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기본 금리는 연 2.95%까지 떨어졌다. 우리은행도 이날 1년 만기 적금 상품인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의 기본 금리를 연 2.2%에서 2.0%로 0.2%포인트 낮췄다.

지방은행과 외국계은행은 시중은행에 앞서 수신 상품의 금리를 인하했다. 경남은행은 지난 17일 예·적금 금리를 0.2~0.75%포인트 인하했다. 경남은행의 ‘내 곁에 든든 연금예금’의 기본 금리는 1년 만기의 경우 연 3.1%에서 2.9%로 낮아졌고, ‘마니마니자유적금’은 5년 만기 금리가 연 3.55%에서 연 2.8%로 0.75%포인트 떨어졌다. 부산은행 역시 예·적금 금리를 0.15~0.35%포인트 인하했다. SC제일은행도 지난 17일 0.1%포인트 예금 금리를 낮췄으며, 다음 달에는 추가로 최대 0.3%포인트 내릴 계획이다.

다른 은행도 내부적으로 수신 금리 인하 시점을 조율 중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시장 금리 하락세를 반영해 수신 금리를 조만간 내릴 계획이다”라며 “현재 시장 상황과 타행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피며 금리 인하 폭과 시점을 내부 조율 중이다”라고 했다. 대출 금리는 내리지 않으면서 수신 금리만 낮춰 이자 이익을 불리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금리 조정을 서두르기보다 단계적으로 소폭씩 인하하려는 조짐도 감지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차이)가 급격히 벌어질 경우 또다시 은행을 향한 비판론이 거세질 수 있는 만큼 수신 금리 인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은행 예대금리차는 지난 8월을 기점으로 다시 벌어지고 있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의 수익은 커진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 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0.57%포인트로, 전월(0.434%포인트) 대비 0.136%포인트 확대됐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가 0.44%에서 0.71%로 0.27%포인트 올라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어 농협은행(0.24%포인트), 우리은행(0.08%포인트), 하나은행(0.05%포인트), 신한은행(0.04%포인트) 순이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예대금리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는 연 3.71~6.11%로, 지난달 말(3.64~6.15%)과 비교해 금리 하단이 0.07%포인트 올랐다.

은행권의 실적 잔치는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권이 올해 상반기(1·2분기)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29조8000억원으로,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3분기 실적도 탄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4조7874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을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