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시행 예정인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에 맞춰 은행권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년 새 20조원 늘었다. 노후 대비를 위해 퇴직연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데다 고금리 기조에 은행권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주식·펀드 등 고위험 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원리금 비보장형의 경우 1년 수익률이 15%에 육박했다.
퇴직연금은 DB형, DC형, 개인형 IRP로 구분된다. DB형은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되며 기업이 적립금을 관리하는 상품이다. DC형은 기업 부담금이 확정돼 있어 매년 연금입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입금해 줘 근로자가 직접 운용한다. 최근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개인형 IRP는 근로자가 직접 계좌를 개설한 후 적립금을 납부하고 운용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44조24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23조0202억원) 대비 21조2249억원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 증가치를 보였다. 4대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134조5898억원, 1분기 138조1698억원, 2분기 141조9338억원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적립금 규모는 신한은행이 42조701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 39조5015억원, 하나은행 37조0078억원, 우리은행 25조0348억원 순이었다.
4대 은행의 올해 3분기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 평균 수익률은 DB형 3.86%, DC형 3.57%, 개인형 IRP 3.4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원리금 비보장 평균 수익률은 DB형 9.67%, DC형 13.56%, 개인형 IRP 13.86%로 집계됐다. 해당 수익률은 최근 1년간 은행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을 의미한다. 퇴직연금은 투자처에 따라 원리금 보장과 비보장으로 나뉜다. 원리금 보장 상품은 퇴직연금을 은행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한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은 주식, 펀드 등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지만 운용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국민은행 원리금 비보장 IRP로 수익률이 14.61%였다. DB형은 신한은행이 12.32%로 가장 높았고, DC형의 경우 하나은행이 14.14%였다. 원리금 보장의 경우 DB형은 하나은행이 3.92%를 기록했고, DC형은 하나은행이 3.69%였다. 개인형 IRP의 경우 하나은행이 3.47%로 가장 높았다.
은행권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오는 31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작되는데 관련 시장이 400조원에 이르면서 은행권은 고객 유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의 특징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해지(매도)하지 않고 퇴직연금 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는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금보장상품인 예금은 물론 이율보증 보험계약(GIC)과 주가연계증권(ELB), 파생결합증권(DLB)까지 거의 모든 퇴직연금 상품의 사업자만 변경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고객들이 퇴직연금 갈아타기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개발을 진행하는가 하면 우리은행은 지난 7월 연금다이렉트 마케팅팀을 신설했다. 국민은행은 1:1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를 신설해 연금 관련 세미나를 여는가 하면 하나은행도 연금 전문 관리 서비스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확대했다. 또 연금 관련 전문인력도 꾸준히 확보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기준 382조원으로 연평균 성장률 15%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제도적 개선 및 다양한 자산 배분 상품 등장으로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