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수연(33)씨는 최근 소설가 한강의 책 5권을 샀다. 이씨는 지난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한강 책 품귀 현상이 벌어지겠다’는 생각에 즉각 온라인 서점부터 찾았다. 그는 “수상 발표 후 불과 15분 지나 알라딘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이미 사람이 몰려 사이트가 버벅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주변 지인들도 전부 한강 책을 사느라고 서점에서 줄을 서거나 온라인 예약을 걸어놨다”고 전했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서점가에선 ‘한강 신드롬’이 불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한강 책에 대한 카드결제 건수는 600배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책 구매로 발생한 카드결제액도 360배 가까이 뛰었다. 한강 책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린 덕에 대형 서점 카드매출도 덩달아 50% 이상 증가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시민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대형 카드사 A사가 조선비즈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엿새 동안 3대 대형 서점(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온라인 사이트의 한강 소설에 대한 카드매출 건수는 직전 6일(4일~9일)과 비교해 591배 뛰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에서 한강 소설을 산 A사 고객 수도 543배 늘어났다. 한강 책 구매로 집계된 카드결제 금액은 360배로 불어났다. 이 기간 3대 서점이 집계한 한강 책 판매 부수는 100만부에 이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매출 통계는 각 서점이 파악하고 있으나 카드결제 통계만으로도 한강 작가의 인기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강 책 구매 관련 카드결제 규모가 급증한 이유는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전 국민적인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지목했다. 한강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노벨평화상) 이후 두 번째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이자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수상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 서울의 대형 서점과 한강이 운영한다고 알려진 소규모 책방에 사람이 ‘오픈런(문을 열기 전 줄을 서 기다리는 행위)’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줄서서 구매하고 있다. /조선DB

한강 인기에 힘입어 3대 서점에서 발생한 카드결제 건수와 카드결제액도 증가했다. 지난 4~9일과 10~15일 A사 카드결제 통계를 비교했을 때, 3대 서점의 온·오프라인 카드결제 건수는 43.9% 증가했다. 이 기간 카드결제 금액은 50.1% 늘었다. 특히 노년층의 서점 지출이 큰 폭으로 뛰었다. A사의 60대 이상 고객의 서점 카드결제 건수는 76.9% 상승해 전 세대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다음은 50대가 68.1%로 뒤를 이었다. 이외 30대 43.9%, 40대 34.7%, 20대 31.0% 등 모든 세대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출판업계 일각에선 대형 서점 외 독립서점이나 지역 서점은 한강 특수 효과에서 소외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각 서점에서 보유한 한강 책 재고를 모두 판매한 뒤 총판업체로부터 한강 책을 새로 받아 팔아야 하는데 이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고객들이 한강 책을 찾아도 팔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는 “대다수 지역 서점은 온라인 판매 창구를 만들지 않아 고객들의 온라인 예약도 받지 못했고 현재 오프라인에서 재고 공급도 막혀 한강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