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우리은행 제공

올해 상장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면서 이 회사의 2대 주주인 우리은행도 기대했던 매출을 올릴 수 없게 됐다. 케이뱅크 IPO 성공 시 우리은행은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도 최대 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여기에 상장 직후 바로 매도 가능한 구주(기존 주주 지분)도 800억~1000억원에 달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IPO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최대 200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 증가가 기대됐다. 우리은행은 현재 케이뱅크 지분 11.96%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케이뱅크가 계획대로 4100만주 규모의 신주를 발행할 경우 우리은행의 지분율은 10.78%로 하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분율 감소에 따른 이익(간주 처분 이익)이 발생한다.

케이뱅크의 신주 발행으로 총자본이 커지는 만큼 우리은행의 지분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케이뱅크가 1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을 때도 우리은행은 700억원의 회계상 간주 처분 이익을 거둔 바 있다.

우리은행의 간주 처분 이익은 케이뱅크 희망 공모가 밴드(9500~1만2000원)로 단순 계산하면 165억~276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후 세율 26.4%의 법인세 부담을 제외하고 나면 케이뱅크 상장에 따른 올해 당기순이익 상승분은 최종 121억~203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연간 2조~3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은행 입장에서 큰 금액은 아니지만, 우리은행은 올해 은행권 당기순이익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 1월 경영전략 회의에서 “올해 시중은행 가운데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 지난 7월에도 “1위 목표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백억원 차이로 당기순이익 순위가 갈리기도 한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이후 사업 계획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구주 매출에 기대감도 당분간 사라지게 됐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IPO 이후 1.98%(약 824만주)를 곧바로 매각할 수 있었다. 희망 공모가 밴드를 적용하면 782억~988억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나머지 지분 8.97%는 6개월 동안 매각할 수 없다. 시세 차익으로는 371억~577억원 가량이다.

당장 구주를 매각할 순 없지만 순차적인 매각을 통해 당기순이익을 최대 577억원까지 늘릴 수 있었다는 의미다. 케이뱅크 IPO 무산으로 우리은행은 단순 계산으로 최대 7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놓친 셈이다. 케이뱅크는 기관투자자의 의견과 수요 예측 반응을 토대로 내년 초 다시 상장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케이뱅크 증권신고서를 검토하고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 보류 또는 드랍(포기)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공모 구조가 변경되면 우리은행의 예상 수익도 변경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