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내부. /금융위원회 제공

미국 최초의 교포은행인 한미은행이 국내 진출을 추진한다. 이 은행은 14년 전 우리금융지주가 인수를 추진했으나 무산된 곳이다. 한미은행은 한국 내 기업금융 영업의 확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현지 거점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한미은행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서울 사무소 신설을 위한 신고를 진행했다. 사무소 설립은 신고 사항이기 때문에 큰 결격 사유만 없으면 설립이 가능하다. 은행법에 따라 외국은행이 국내에 사무소를 신설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금융위에 신고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미은행이 서울사무소를 설립하겠다고 신고를 해서 이와 관련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미은행이 국내 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은 기업금융 진출의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은행의 해외 사무소는 여·수신 등 영업활동은 불가능하며 통상 현지 시장에 진출하기 이전 사전 조사를 위해 설립된다. 한미은행은 현재 미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해 대출을 실행하고 있으며,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서면서 관련한 기업금융 영역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 한미은행 홈페이지 캡처

한미은행이 사무소 개설 이후 지점 설립 등을 통해 본격적인 기업금융 사업을 확대한다면,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이나 기업 등에 컨설팅 및 자산 관리, 대출 등 금융 서비스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개인 금융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사업 확대도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지주 한미파이낸셜코퍼레이션(HFC) 산하의 한미은행은 1982년 설립된 미국 최초의 교포은행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자산은 75억7000만달러(약 10조3500억원)로, 교포은행 가운데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한미은행은 미국 9개 주의 32개 지점과 8개 대출사무소를 통해 미국 중소기업청(SBA) 대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스페셜티 대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교포은행인 한미은행은 2004년 씨티은행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국내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과는 관계가 없다.

한미은행은 지난 2010년 우리금융지주가 인수를 시도한 은행이기도 하다. 당시 우리금융지주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미은행을 2억4000만달러(약 264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미국 금융 당국이 우리금융의 미국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의 경영등급이 기준에 못 미친다며 인수합병(M&A)을 승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