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에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올라갈 전망이다. 은행권의 조달 비용이 상승한 데다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의 대출금리 상단은 7%에 육박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9월 기준 상승하면서 변동금리 대출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3.40%로 전월(3.36%)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정기예금 금리가 상승하고 조달 규모가 늘어나면서 코픽스가 반등한 것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한국시티)이 예·적금과 은행채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코픽스가 상승하면 이와 연동된 주담대 변동금리도 함께 높아진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는 상단이 연 7%를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규취급액 코픽스(6개월)를 기준으로 하는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63~6.73%에 달한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다음 달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권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곧바로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금리에 선반영돼 오히려 기준금리 인하에도 단기채 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단기채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이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수신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고, 수신금리의 상승은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는 점도 변동금리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당장 줄어들기 어려운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달 예금 금리가 올라가고 조달 금액도 늘어나면서 금리 상황에 민감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다음 달부터 반영이 되는 건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돼 있어서 오히려 1년 미만의 단기채 금리가 올라가고 있어서 은행 입장에서는 수신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고, 이는 대출금리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유지되며 대출금리가 확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겠지만, 다음 달 당장 반영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더라도 신잔액 코픽스를 선택한 경우에는 이자 부담을 내릴 수 있다. 신잔액 코픽스는 지금까지 쌓인 잔액을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금리 변동기에 민감도가 높지 않다. 이에 따라 9월 기준 신잔액 코픽스는 신규취급액 코픽스와 다르게 금리가 내렸다. 신잔액 코픽스 금리는 3.12%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하락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신잔액 코픽스가 최근 신규취급액 코픽스보다 금리가 낮아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이들의 경우 신잔액 코픽스의 금리가 내려간 만큼 금리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