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과 금융 당국에서 잇따라 두나무의 독점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비즈DB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궁지에 몰렸다. 최근 정치권과 금융 당국이 업비트의 과도한 점유율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업비트를 제외한 자회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국의 규제로 수수료 수익마저 줄어들 경우 두나무의 실적과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비트의 예수금과 매출액, 수수료가 모두 전체 시장의 70%를 넘는 상황이다”라며 “가상자산 시장이 한 업체로 과도하게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업비트의 시장 독점이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케이뱅크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케이뱅크의 업비트 고객 예치금은 약 4조원 규모로 전체 예수금의 20%에 이른다”면서 “만약 업비트와의 거래가 단절될 경우 케이뱅크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이런 주장에 공감하는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은 “지적에 대해 문제의식은 갖고 있었다”면서 “독과점 이슈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보겠다”고 말했다.

두나무의 독점 구조에 대한 금융 당국의 대응은 이르면 이달 말 출범할 가상자산위원회에서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위원회는 금융위원회 산하에 설치되는 조직으로 금융위 소속 공무원과 법조계, 학계, 기타 가상자산 관련 기관과 단체 등에서 합류하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다.

가상자산위원회는 지난달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민간 위원의 인선이 늦어지면서 아직 조직 구성을 완료하지 못했다.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두나무 등 가상자산거래소와 이해관계가 없는 인물들을 선별하느라 조직 구성이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위원회가 출범하면 두나무의 독점 문제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피고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나무 측은 정치권과 금융 당국의 잇따른 지적에 대해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미 케이뱅크와 손잡은 2020년부터 업계 선두로 올라섰기 때문에 과도한 점유율 문제는 해묵은 주장이고, 최근에는 2위 거래소인 빗썸과의 점유율 격차도 눈에 띄게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가상자산 통계분석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기준 업비트의 국내 거래량 점유율은 58.6%로 집계됐다. 2위 거래소인 빗썸은 39.1%를 차지하고 있다. 업비트의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약 90%에 달했지만, 이후 빗썸이 두 차례에 걸쳐 수수료를 무료화하면서 격차가 줄어든 상황이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의 규제로 업비트의 거래량이 조정될 경우 두나무의 전체 수익이 장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나무가 업비트 외에도 여러 자회사를 두고 있지만, 아직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수익원을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나무는 지난해 말 기준 총 14곳의 자회사를 운영했다. 이 가운데 3곳을 제외한 자회사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지난해 수익을 낸 퓨처위즈는 두나무의 플랫폼을 관리하는 곳이고, 드림트리혁신성장제1호사모투자의 경우 부동산 투자를 위해 조성한 펀드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오른쪽)과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21년 11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하이브 사업 설명회에서 NFT 합작법인 사업 계획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두나무와 하이브는 이듬해인 2022년 미국 LA 인근 샌타모니카에 NFT 합작사인 레벨스를 설립했다. /하이브 제공

두나무는 최근 몇 년간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에 대한 수익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보폭을 넓혔지만, 지금껏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자회사 중 명품 시계 전문 거래 플랫폼인 바이버는 지난해 6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연예기획사 하이브와 손잡고 지난 2021년 설립한 대체불가토큰(NFT) 발행사 레벨스 역시 올해 상반기에만 6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두나무는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토지와 건물을 3037억원에 매입했다. 앞서 투자했던 사모펀드가 청산되면서 해당 펀드가 보유했던 부동산을 직접 사들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거래소를 제외한 여러 사업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두나무가 부동산 개발로 눈을 돌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중개 이외에도 다양한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하는 해외 거래소와 달리 국내에서는 규제로 거래소가 사업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금융 당국의 개입으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경우 두나무의 실적 부진이 오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