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IC 인근. /뉴스1

차량수리비 상승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는 조짐이 보이자, 부품 재고관리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면 고객이 내는 보험료가 인상된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 부품비 증가의 영향과 개선 과제’를 발표하고 “공급 측면에서 부품 재고 부족에 따른 비용과 시간으로 차량수리비·렌트비가 높아질 수 있어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부품 재고관리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에 따르면,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 등 차량수리 관련 담보에 대한 손해율 상승폭이 확대됐다. 대인배상 손해율은 지난해 1분기 67.8%에서 같은해 4분기 76.3%로 하락한 반면 대물배상 손해율은 같은 기간 75.8%에서 85.1%로 높아졌다.

특히 사고 발생 건수보다 사고 건당 손해액(사고심도) 영향도 손해율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사고심도가 물가상승률을 초과해 상승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평균 3.72%였는데,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 건당 손해액은 각각 4.15%와 3.14%를 기록했다. 자기차량손해 건당 손해액 증가율 최고치는 24.3%였다.

천 연구위원은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 건당 손해액 대부분은 차량수리비”라며 “차량수리비 구성요소 중 부품비 증가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차량수리비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천 연구위원은 차량의 고급화와 대형화로 부품비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대형차량 비중은 2016년 23.5%에서 올해 7월 27.3%로 증가했지만, 나머지 중소·경형 차량의 비중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외산차 비중도 같은 기간 7.5%에서 13.%로 확대됐다. 외산차의 건당 차량수리비 보험금 지급액은 국산차량 지급액의 2.6배고, 이 중 차량 부품비는 3.7배 더 많이 지급됐다.

또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 등 부품비가 증가한 것도 자동차보험 손해액 증가세를 확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신차 등록 대수 가운데 하이브리드차 비중이 22.9%인데, 하이브리드차 대부분은 외산차다.

천 연구위원은 “자동차관리법은 차량 제조사의 부품 의무공급 기간을 8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법에 따른 재고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차량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부품 의무공급 기간이 실제 부품 보유 및 재고관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모듈화된 제품의 고급단위가 축소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