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가계대출 잔액이 약 2조원 차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이 지역 경기 침체로 더딘 성장세를 보이는 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은 저금리 대출 상품으로 고속 성장을 이어온 결과다.
금융권에선 전국 영업망을 기반으로 한 시중은행과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성장한 인터넷전문은행 사이에서 지방은행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경남·부산·전북·광주·제주은행 등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옛 대구은행) 등 6곳의 가계대출 잔액은 70조391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인터넷전문은행 3곳(카카오·케이·토스)의 가계대출 잔액은 67조9990억원으로, 지방은행 6곳과의 차이가 2조3925억원에 불과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2017년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국내에 처음 출범했는데 출범 8년 만에 지방은행 가계대출 규모를 바짝 추격한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가계대출 규모가 커진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2020년까지만 해도 지방은행 가계대출 규모는 58조1017억원으로 인터넷전문은행(23조3020억원)과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2021년 33조4829억원, 2022년 45조8084억원, 2023년 61조2834억원 등으로 매년 10조원 넘게 증가했다. 그간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운영비를 낮출 수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줬다. 또한 올 초 출시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통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해 대출 규모를 키웠다.
요구불예금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연 0.1% 내외 수준이기 때문에 은행은 이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요구불예금잔액은 46조7715억원으로 지방은행 6곳(24조8989억원)의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2021년까지만 해도 지방은행의 요구불예금은 28조원 수준으로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두 배가량 많았으나 역전된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모임통장 서비스를 통해 대규모 요구불예금를 유치할 수 있었다. 2018년 카카오뱅크가 처음 선보인 이후로 지난해 토스뱅크와 케이뱅크도 모임통장을 출시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요구불예금 규모가 급격히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2분기 모임통장 잔액은 7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9000억원) 대비 30%가량 늘었다.
지방은행의 성장세는 시중은행에게도 크게 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방은행 6곳의 당기순이익은 1조4505억원으로 지난 2021년 1조3586억원에 비해 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 당기순이익은 9조9938억원에서 12조2205억원으로 22.2% 성장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장기화 덕분에 사상 최대 수익을 거뒀는데 시중은행이 그 혜택을 대다수 가져간 것이다.
최근 지방은행의 위기는 지방소멸 현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방은행은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과 달리 본점을 지방에 두고 영업 구역도 특정 지역으로 제한됐다. 최근 출생률 저하, 청년층 인구 유출, 지방 경기 침체 등으로 지방 소멸 위기가 커지면서 지방은행의 성장세도 함께 내리막을 걷는 모습이다.
지방은행들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은행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금고 은행 선정 때 지방은행 지정, 지역 이전 공공기관의 지방은행 자금 예치 비율 의무화, 지방은행의 예금보험료 인하 등이 대표적이다. 지방금융지주는 지난해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방은행 육성 특별법 제정을 금융당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방은행 자체적으로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거나 온·오프 채널을 통한 전국구 고객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혁신금융서비스를 활용한 신상품 개발과 비금융 부수업무 등 새 먹거리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지방은행의 강점인 지역 점포망과 지역 전문인력을 활용한 혁신금융서비스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이 비금융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거나 부수업무로 정식 허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므로, 금융뿐 아니라 비금융사업 기회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