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급증하며 덩달아 가팔라지던 은행권의 신용대출 증가세가 지난달 꺾였다. 은행권 신용대출은 8월에만 9000억원 가까이 늘어났지만, 한 달 만에 증가 폭을 9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9월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45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103조4562억원)보다 9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올해 들어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8월 8494억원 늘어났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며 주담대가 늘어나자 ‘풍선효과’로 신용대출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불과 한 달 만에 신용대출의 증가세가 꺾인 것은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시행하면서 대출 한도를 묶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실제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다. 대출자의 소득은 그대로인데 대출 시 적용되는 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 1단계 규제를 피한 은행권 신용대출이 2단계 규제 대상이 되면서 신용대출 증가세가 완만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은행권이 주담대의 급증세가 신용대출로 옮겨붙지 않도록 신용대출에 대한 관리를 사전에 강화한 것도 빠르게 신용대출 증가세가 꺾인 이유로 해석된다. KB국민·신한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조치를 했다.

금융 당국과 은행권은 신용대출 증가 폭이 확연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신용대출의 감소가 추세적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계속해 규제를 지속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4일부터 신용대출 금리를 0.20%포인트 인상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외 다른 은행 역시 신용대출의 증가 추이를 확인한 뒤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 또는 한도 제한 등의 조치를 하기로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 외에도 신용대출도 일별로 증가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라며 “신용대출이 증가해 가계부채를 자극한다면 제동을 걸 수 있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도 “신용대출 증가 추이를 보고 추가 규제가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는 밝혔다.

5대 은행의 9월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8월 가계대출은 9조6259억원 증가했으나, 9월 들어 증가 폭이 4조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주담대(전세대출 포함) 잔액은 574조5764억원으로 8월 말(568조6616억원)보다 5조9148억원 늘어났다. 주담대 역시 8월(9조6259억원)에 비해 증가 폭을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