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전세 시장에서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이 늘어나면서, 집주인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차인과 관련해선 전세자금대출의 이자를 DSR에 직접 반영해 과잉 채무를 예방하고, 임대인에게는 스트레스 DSR을 도입하자는 취지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자금대출을 고려한 DSR 규제 방안에 관한 논의’ 보고서를 28일 공개했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주택경기 침체로 전세가가 하락하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차인에게 판매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사고액은 2021년 6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박 위원은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임대인의 기존 DSR 값을 규제 상한(40%)보다 낮춰 대출 여력을 유지하고, 전세가가 하락할 때는 늘어난 대출 여력을 이용해 추가 대출을 받아 임대보증금 상환에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종의 스트레스 DSR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현행 스트레스 DSR 제도가 금리 상승 위험을 고려해 차주의 대출 한도를 제한한다면, 임대인 DSR 규제는 전세가 하락 위험을 반영해 보증금 상환을 위한 대출 여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임대인의 금융 활동이 지나치게 제약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현재 전세가와 최근 5년간의 최저 전세가 차이를 20년 만기 대출로 인식해 임대인의 DSR을 제한하는 경우를 예시로 들었다. 전세가 차이가 1억원이라면, 연간 원리금상환액은 500만원으로 산정된다. 임대인 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DSR 10%에 해당되기 때문에 임대인 DSR은 현행 규제인 40%보다 10%포인트 낮은 30%로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전세가가 1억원 하락하더라도 임대인은 새로운 임차인의 보증금과 만기 20년의 1억원 대출을 활용해 기존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박 위원은 “전세시장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정보가 불충분한 만큼, 이러한 방안 외에도 전세시장의 부작용 완화와 위험관리 방안 마련을 위한 지속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