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 OK금융그룹 회장. 그는 OK금융을 종합금융그룹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2015년부터 증권사 인수에 공을 들여왔다. /OK금융그룹 제공

OK금융그룹의 출자를 받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한양증권을 인수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KCGI의 인수 자금 중 상당액을 지원한 OK금융이 한양증권의 경영권 취득에도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핵심 계열사인 저축은행과 캐피탈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한양증권 인수 참여가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CGI는 최근 한양증권의 최대주주인 한양학원 등과 한양증권 지분 29.59%를 2204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위해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에는 OK금융과 메리츠증권이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OK금융은 자기자본으로 전체 인수 자금의 절반에 가까운 약 1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메리츠증권 역시 비슷한 규모인 약 10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하지만, 여기에는 자기자본과 인수금융이 절반씩 배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기자본으로 출자한 금액대로 인수한 지분을 나눌 경우 OK금융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 때문에 IB업계에서는 OK금융이 KCGI의 프로젝트 펀드에 자금을 지원해 우회적인 방식으로 한양증권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인수가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경우 OK금융이 한양증권의 경영권을 취득할 길이 열린다. 일단 운용사인 KCGI가 한양증권을 경영하지만, 엑시트(매각) 시점에 OK금융이 KCGI의 보유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인수는 OK금융의 오랜 목표였다. 지난 2015년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리딩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에 눈독을 들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만약 한양증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OK금융은 대부업 꼬리표를 떼고 종합금융그룹의 진용을 갖추게 된다.

문제는 그룹을 이끄는 두 핵심 계열사인 저축은행과 캐피탈사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PF 부실로 재무 구조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OK캐피탈은 올해 들어 9건, 총 957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이 추가로 발생했다. 금융 당국이 금융사들의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에 나선 이후 6월에만 7건의 부실채권이 드러났다. 6월에 새로 공시된 부실채권 규모는 총 774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0%를 웃돌았다.

OK캐피탈의 부동산 PF 부실 규모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OK캐피탈의 전체 부동산 금융에서 차지하는 브릿지론의 비중은 약 81%에 이르고, 중·후순위 대출 비중도 77%에 가깝다. 브릿지론은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들이 토지 매입 등을 위해 2금융권으로부터 고금리에 빌리는 돈을 뜻하는데, 분양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부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 4월부터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사업성 평가 기준 개선과 부실 사업장 정리에 나섰다. 사진은 경기 수원시의 한 건설현장. /뉴스1

OK저축은행 역시 부동산 PF로 인해 최근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2분기 76억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지난 2016년 4분기 이후 7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4% 급감한 73억원에 그쳤다. 상반기 연체율이 전기 대비 3.07%포인트 오른 9.76%에 달하는 등 건전성 지표도 악화되는 추세다.

양대 핵심 계열사의 실적 부진은 고스란히 그룹 전체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OK캐피탈의 경우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총차입부채 1조3955억원 중 8300억원을 오케이홀딩스대부 등 계열사에서 조달했다. 또 약 1500억원의 차입금에 대해서는 오케이넥스트로부터 지급 보증을 받고 있다. OK캐피탈의 부실이 계속될수록 그룹 전체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오케이홀딩스대부는 지난 2022년 324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계열사들의 PF 부실이 늘어난 지난해에는 20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양증권을 인수하려면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운용사인 KCGI와 30% 넘는 출자 지분을 가진 OK금융이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력 계열사인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의 PF 부실이 늘면서 OK금융의 전체적인 재무 건전성도 악화된 상황이다”라며 “이 점이 심사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